국내 이륜차 사용신고대수는 약 250만대 정도다. 자동차의 등록제와 달리 느슨한 사용신고 제도를 활용하다보니 정확한 수치인지는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 가운데 이륜차 문화는 제도적 정착이나 선진형 시스템이 미약해 무분별한 운행과 각종 사고로 물들어 있을 정도로 후진적이고 영세적이다. 이륜차 사용신고부터 보험제도, 정비제도, 검사제도 및 폐차 제도 등 어느 하나 성한 것이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 폐차제도가 없고 말소신고만 하면 산이나 강에 폐차를 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하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업 성황으로 이륜차 사망자수는 평균 400명대에서 지난해부터 500여명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하루 평균 1.3명이 사망하는 완전히 후진적인 개념이 됐다. 이제 배달 업종은 시간과의 싸움이 커지면서 배달시간을 줄이기 위한 경쟁으로 더욱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단속은 미미하고 포기하는 형국이 커지고 있다. 물론 이륜차는 고속으로 달리고 무리하게 운행하다보니 단속을 하다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경찰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책임에 시달릴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폭주족 등을 대상으로 그물망,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 촬영 등으로 추후 단속하는 방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현재 이륜차는 전체적으로 심각한 불모지로 전락했다. 그러나 최근 배달업으로 인한 심각한 운행이 늘며 실질적인 규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이다. 현재 이륜차 번호판은 후면만 부착하고 크기도 작다보니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적고, 익명성이 있다고 판단돼 더욱 위법이 판치고 있다. 그래서 앞 번호판 부착으로 단속할 수 있는 근거를 남기고 추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전면 번호판 부착이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논란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앞 번호판 부착은 바람의 저항이 커지면서 핸들이 흔들거려 안전 운행의 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혹시라도 보행자 등과 부닥칠 경우 번호판과의 충돌로 부상의 정도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륜차 앞 번호판 부착은 주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주 이동수단이 일반 자동차보다 이륜차이다 보니 도입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도입을 하지 않은 정책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우리와 같이 배달업으로 이용하는 빈도가 매우 적고, 동호인 등이 운영하는 레저 문화가 크다보니 교통법규 준수 등이 선진형이기 때문이다. 굳이 앞 번호판 부착으로 얻는 이점보다는 안전 등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최근 관련 자문이 늘면서 필자는 이제 이륜차 앞 번호판 부착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가 있는 만큼 앞 번호판 크기를 작게 하고 모서리 부위를 꺾어놓아 바람의 저항을 최소로 하고, 재질적인 측면에서 철재 재질보다는 유연성 있는 플라스틱 등으로 제작해 안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자는 것이다. 분명히 앞 번호판 부착은 익명성을 버리고 자신 있게 자신의 이름표를 붙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더욱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속도를 낮추며 교통법규 준수라는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고 판단된다. 동시에 경찰청은 이륜차 번호판을 단속할 수 있는 과속 단속기 등은 물론이고, 각종 첨단 장치를 갖춰야 한다. 일반인들이 위법을 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앱 등의 보급을 통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물론 앞서와 같이 단속만 능사가 아닌 만큼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생각으로 국토교통부 등은 이륜차 제도와 운행에 대한 출구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가장 낙후된 이륜차 산업과 문화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륜차도 더 이상 사각지대에 있으면 안 된다. /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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