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X파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X파일을 봤는데 방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이 최근 "모 기관의 힘이 개입해 여권 쪽에서 만들어진 것을 전달받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장 소장은 X파일이 4월 말과 6월 초에 작성된 두 가지 버전이고, 윤 전 총장과 부인, 장모까지 항목별로 의혹이 정리돼 있다고 했다. 국가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상당수 모아져 있다니 여야 어느 쪽에 타격을 줄지도 미지수다.

X파일의 실체도 불분명한 가운데 여야 양쪽에서 구체적 이름을 대며 파일을 누가 만들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은 부인하며 상대진영으로 공을 넘긴다.

지난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당이 만들었을 것"이라며 "홍준표 후보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진원지로 홍준표 의원을 지목하는 듯 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즉각 부인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도 "송 대표가 전부 제작해 유통한 원조라고 생각한다"며 송 대표를 유포 진원지로 지목했다.

윤 전 총장측은 "출처 불명의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 근거, 출처를 공개하라"고 했다.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밝힌 부분은 향후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직에 나서는 공직 후보자는 투명하게 검증받을 의무가 있다. 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인격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고위 공직자인 대통령 후보자에 대해서는 검증의 기준이 더욱 엄격하고 세밀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의 상식이다. 윤 전 총장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검증은 반드시 민주적 절차와 수단에 의지해야 한다.

윤석열 X-파일은 민주적 검증의 원칙을 완벽하게 훼손하고 있다. 우선 실체가 없다. 작성자도 모르고 파일의 출처와 근거도 없다. 이런 허무맹랑한 자료를 정치권 몇몇 인사들이 돌려본 뒤 진실과 허위를 각각 주장하며 국민을 어둠 속에 가두고 있다. 이 X-파일이 합법적인 문서라면 'X'를 떼고 국민에게 공개돼야 맞다. 만일 실체 없는 허위문서라면 이는 국민을 대놓고 속이는 짓이자, 국민투표와 관련된 유권자와 피선거권자의 민주적 기본권리를 침해한 중대범죄로 엄벌해야 한다.

우리 민주주의 수준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공작'과 '사찰'로 얼룩진 선거가 비일비재했다. 2002년 대선은 김대업의 허위 폭로로 대선 판도가 뒤바뀐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윤석열의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X-파일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검증을 받으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역풍을 우려했을 것이다.

윤 전 총장 측도 무대응으로 회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적 역량과 정책 수행능력은 물론 대선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신상과 도덕적 문제도 이에 못지않은 요건이다. 또 그에 대한 검증 역시 대선 후보가 거쳐야 할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제기되는 의혹은 한점 모자람 없이 해명하고 사실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첫째, 윤 전 총장은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야권의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자의든 타의든 이제는 개인이 아닌 공인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본격 대선정국이 다가오기 전에 파일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우선 장 소장은 자신이 확보하고 있다는 파일의 내용·출처·근거를 명명백백 즉각 모두 공개해야 한다.

둘째, 윤 전 총장측도 항간에 도는 장모와 아내에 대한 소문을 적극적으로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그냥 묻혀가겠지 하는 알량한 생각은 진작 접어야 한다. 국민들은 알만한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적극적인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

셋째, 파일관련 정치공방으로 의혹이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 경찰 또는 검찰 등 수사기관은 장 소장의 파일 입수경위부터 파일 작성자 및 작성기관 뿐만 아니라 내용의 진실성 여부까지 판단해 국민들한테 하루빨리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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