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는 우리에게 위대한 사랑의 지혜를 보여준다. 19년 동안 감옥생활을 하고 나온 장발장을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 식당에도, 여관에도, 장발장은 아무 곳에도 갈 곳이 없다. 그런 장발장을 미리엘 주교는 최고의 예우로 맞이해 준다. 주교는 은촛대로 불을 밝히고, 가장 아끼는 은그릇으로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로 안내한다. 그렇지만 장발장은 그날 밤 주교의 집에서 은그릇을 훔쳐서 도주했다.

다음날 경찰이 장발장을 체포해 주교에게 데리고 왔다. 주교는 장발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말한다. "나는 당신에게 은촛대도 주었는데, 왜 은그릇만 가지고 갔습니까?" 미리엘 주교는 장발장에게 은촛대 두 개를 갖다 주며 정직한 삶을 위해 사용하라고 당부하며 보낸다. 미리엘 주교의 이 사랑의 지혜로 말미암아 장발장은 자기의 잘못을 참회하고 새 사람으로 변화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김요셉은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아로 태어났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외모가 서양인의 모습이어서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간 첫날 아이들은 요셉을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쳐다봤다. "징그럽게 한국말 잘하네" 요셉은 늘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 요셉은 엄마를 원망하며 미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김요셉은 어머니의 고향 미국의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요셉은 자기가 외모는 미국인인데 영어를 못하니까 미국 학생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요셉이 한국에서 자란 탓에 미국의 학교에서도 다시 이방인이 돼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요셉을 이렇게 소개하는 게 아닌가? "요셉은 한국이라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나서 한국어를 아주 잘한단다. 요셉아, 선생님 이름을 한국말로 써 줄래? 선생님 이름은 샤프야" 김요셉 씨는 그때 한 줄기 따뜻한 빛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요셉이 칠판에 한글로 "샤프"라고 쓰자, 아이들이 감탄하며 자기들의 이름도 한글로 써 달라고 부탁한다. "내 이름은 탐이야. 나는 메리야. 나는 수잔" 샤프 선생님은 첫 시간 미국 아이들 앞에서 요셉을 '영어도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한국어를 잘하는 아이'라고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샤프 선생님의 이 사랑의 지혜가 혼혈아로서 깊은 열등감의 늪에 빠진 요셉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 요셉에게 희망에 찬 발걸음을 내딛는 전환점을 만들어 준 것이다.

주은강 씨의 딸 새미가 초등학교 3학년 학기 초의 일이다. 딸이 자기를 괴롭히는 짝궁 석이 옆에 같이 앉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석이의 문제 행동은 갈수록 심해져서 새미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학부모로서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상담을 해야 하지만, 자기 자녀가 겪는 문제로 인한 학부모의 분노가 전해지면 그 과정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교육적인 지도가 더욱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담임교사가 모든 학생을 공정하게, 그리고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주은강 씨는 고심하고, 고심하다가 서점에 가서 어린이 위인 전기 2권을 샀다. "석이야, 여자 아이들은 장난으로 하는 행동에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단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란다. 새미 아빠" 짧은 메시지를 담은 카드와 함께 석이에게 책을 예쁘게 포장해 선물로 보냈다. 석이의 문제 행동은 금방 사라지고, 석이는 새미의 생일잔치에도 초대를 받았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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