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수산업자 김모씨의 금품 로비 의혹이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현직 부장검사, 총경급 경찰 간부, 전·현직 언론인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의 특검은 그에게서 고급 외제차를 빌렸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고가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2016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언론인 출신 정치인 송모씨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정계 유력 인사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송씨가 김씨에게 자신을 변호한 적이 있는 박영수 특검을 소개했고, 박 특검은 후배 검사를 소개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권력층 인사를 문어발식으로 접촉하면서 그의 사기 규모도 100배나 커졌다. 김씨는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형 등을 속여 100억원대를 편취한 사기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다.

김씨의 금품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정치인과 검찰·경찰·언론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김씨의 검은 손이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깊숙이 뻗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사기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김씨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단행한 첫 특별사면에 포함됐다는 사실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2017년 12월 정부는 6444명을 사면하면서 "형사 처벌이나 행정 제재로 생계에 애로를 겪는 서민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처럼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 데다 장기간 도피하며 변제를 하지 않는 등 죄질이 나쁜 경우엔 사면이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김 씨가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경위도 의혹이 제기됐다. 특사로 출소한 김 씨는 6개월 뒤부터 사기 행각에 또 나섰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특별사면을 하는데 김 씨의 사기 범죄를 특별사면해 준다. 그리고 나와서 다시 본업에 충실하게 사기를 계속 친 것"이라며 "사면한 모든 경위를 밝혀야 하고, 이 부분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김씨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쟁점은 어떻게 특별사면이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법조계에선 특별사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면 기준 자체가 매번 달라 청와대나 법무부,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종종 로비가 벌어지고 있다며, 김 씨 역시 특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법무부가 사면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교도소에 재소자들의 형 집행률과 전과 등을 담은 표 작성을 지시하면 교도소에서 진정서 접수 여부나 피해 회복의 정도 등이 담긴 신분장(수용기록부)을 함께 첨부한다. 이 과정에서 재소자들이 교도소장이나 교도소 분류심사과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사면을 받는데 불리한 내용을 신분장에 누락시키는 등의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통상 형 집행정지는 형 집행률과 피해 회복의 정도가 그 기준이 된다. 김 씨의 경우 형 집행률을 봤을 때 사면 대상으로 무리가 없지만, 피해 회복의 정도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하다고 본다.

더구나 사기범 사면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평가도 있다. 그간 문 정부는 사면의 주요 대상자로 생계형 민생 사범을 꼽아 왔는데,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기망하는 사기범에게 생계형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일반 형사범 사면은 그 기준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어 청탁, 특혜 등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청와대가 의혹을 벗으려면 당시 특별사면 중 사기범은 몇 명이었고 왜 사면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면배경을 밝혀야 한다.

국민들은 사기꾼과 얽힌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사기꾼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할 인사들이 한통속이 된 것 같아 분통을 터뜨린다. 결국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 개탄한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기행각과 로비가 얼마나 어떻게 이뤄졌는지 면밀히 수사를 해야 한다. 김씨가 정치권과 언론계 등과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연결고리'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찾아내야 한다.

또 사기행각으로 벌어들인 돈을 정치권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어느 선까지 로비가 이뤄졌는지, 대가나 청탁을 받았는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사건 연루자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해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권 주요 인사는 물론 사정기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을 넘어선 권력형 게이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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