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한테 한 백신 접종 약속을 계속 어기고 있다. 정부는 어디서 혼선이 빚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대책은 무엇인지, 모더나 백신 공급 계약의 이면계약은 없었는지 계약 내용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모더나 백신 공급 지연으로 접종 계획과 일정이 변경된 데다 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7월 셋째 주 받기로 했던 모더나 백신이 2주 연기되면서 50대 접종 계획은 또 변동됐다.  

50대가 맞게 될 백신은 모더나였으나 방역당국은 19일 화이자도 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더나 백신이 모자라자 여유가 있는 화이자를 끌어다 쓰기로 한 것이다.

접종 마감일도 다음달 25일에서 28일로 사흘 연장됐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27일부터 자체 접종할 백신도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긴급 변경되며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모더나는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모더나 최고경영자의 영상통화를 언급하며 "2000만명분을 확보했고 공급 시기를 2021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자화자찬했던 그 백신이다.  

하지만 19일 0시 기준 국내에 들어온 모더나 백신은 86만회 분량뿐이다. 계약 물량 4000만회분의 2%에 불과하다. 방역 당국은 7~8월 도입될 모더나 백신 총량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7월 마지막 주에 예정된 물량이 도착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50대 접종 백신이 화이자로 변경됐고 접종 일정도 3주가량 연기됐다.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 사업장에 쓰이는 접종 백신이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바뀌는 일까지 벌어졌다. 2차 접종은 모더나가 1차 접종 후 4주, 화이자는 3주 후여서 혼선이 가중될 게 뻔하다. 20∼40대 접종은 어떻게 하려는지 한숨이 절로 난다. 

이러니 접종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접종을 시작한 지 약 5개월이 흘렀지만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31% 수준이고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와중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 일주일 남짓 지났지만 4차 대유행은 확산일로다.

델타 변이가 조만간 우세종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1년 6개월간 쌓아온 'K방역'의 공든 탑이 한꺼번에 붕괴하지 말란 법이 없다. 

코로나19(COVID-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사이트가 또 먹통이 됐다. 50~52세(1969년 1월1일~1971년 12월31일 출생) 대상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80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접속장애가 생기고, 대기 시간을 기다린 후에는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는 '튕김 현상'도 나타났다. 50대 접종 관련해 사이트가 먹통이 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12일과 14일 55~59세 예약 때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수십만 명이 몰릴 게 뻔한데 같은 실수를 세 번이나 반복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밤늦도록 예약을 못한 이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당연하다.

방역당국은 20일 "53~54세의 예약을 막은 '코딩 오류'를 늦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방역 체계가 여전히 허술하고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4차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같은 백신 확보 속도와 예약 혼선으로 과연 가능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백신정책 혼선이 이어지면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1차 접종을 완료하고 11월 2차 접종까지 마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방역당국은 최대한 백신 물량을 조기에 도입하고 백신 수급 상황에 맞춰 접종 일정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접종 예약 때 연령·성별·지역별로 더 세분화해 혼선을 최소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모든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4차 대유행의 기세부터 꺾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이런 상황속에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대통령이 국민한테 한 약속은 쏙 들어가고, 시스템 또한 먹통을 하고 있는 상황속에 문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국민 사과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비판받을 때는 아무말도 안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현정권에 대해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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