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공약 발표가 정리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발표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피부에 와닿는 부동산정책은 현정부에서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황되게 '아니면 말고'식 공약을 내놓고 국민들을 눈속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낙연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3만 가구 규모 택지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강남·송파·판교의 업무 중심 벨트와 위례·성남 구도심 주거벨트의 두 축을 연결하면 10만명 수준의 스마트 신도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공항 이전은 단순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전이 거론됐지만 국방부가 안보 등을 내세워 적극적인 반대를 해왔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공항은 한국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군 공항으로 대통령 전용기가 뜨고 내리는 것은 임무 가운데 극히 일부에 그친다. 군사적으로는 평시에도 북한 동향을 살피는 정찰기가 운영되고, 전시엔 전방에 필요한 물자와 미군의 증원 전력을 공수하는 엄연한 군 공항이다. 유사시에는 우리 특수부대가 서울공항을 통해 북한 지역에 공수돼 치명적 타격을 가하게 된다.

이재명 후보도 30년 이상 거주 가능한 기본주택 100만 가구를 포함해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좋은 위치에 건설원가 수준의 임대료로 사실상 평생을 거주할 수 있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이런 주택 100만 가구를 짓는 데 대한 비용 및 예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실현 여부를 떠나 두 후보 모두 '공공' 주도에 방점이 찍혔다. 기존 8·4대책과 2·4대책에서 드러난 한계를 보고도 또다시 공공개발만 고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8·4 대책에서 약속한 13만 호 공급조차 말 잔치로 끝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태릉 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 부지는 주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요구하면서 신규 택지 공급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더구나 민간을 배제하고 공공재건축을 앞세웠지만 지금까지 거의 진전이 없다. 26번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로 봐야 한다. 기존 대책을 되짚어보고 허점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1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출사표에서 "자유와 자율, 혁신과 창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하겠다" "연금제도 개혁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총론은 좋다. 그러나 총론과 각론은 하늘과 땅 차이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이 기자들의 질문 속에 "정치 초년생이라는 미명하에 공부를 아직 못했다"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식의 답변을 했는데 이는 결코 국민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설익지 않았는데 출마를 왜 했는가?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의 모든 현안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국민들이 알고자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소상히 소신을 밝히고 의견을 상세하게 개진해야 한다. 참모진들의 지원과 당의 협조를 구하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선후보들의 공약 및 비젼 제시가 국민들의 상식선에서 발표가 되고 진행이 돼야 하는데, 디테일한 검토 없이 '아무말 대잔치'처럼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약이행으로 인한 의무는 국민들한테 지우기 때문이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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