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아빠는 기레기야?"

얼마 전 초등학생 아들의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기자보다 기레기(기자+쓰레기)란 단어가 통용되는 것 같아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언론 불신'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요즘 언론계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도 동의한다. 다만 조롱의 대상이 되고, 언론의 순기능까지 외면받는 것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언론중재법 통과는 그래서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일반 국민의 피해를 구제하자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법적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지원법이 아닌 취재를 옥죄는 규제법이라 염려스럽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결과로서의 사실도 중요하지만 과정으로서의 진실 또한 중요한데 개정안은 이를 생략했다. 추상적·포괄적인 개념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취재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고의 중과실 책임을 면하려면 제보자 신원을 밝혀야 하는데, 자신이 드러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제보마저 위축될 수 있다. 이는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가령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에 대해 판결이 있기 전에 기사화가 된다면 자칫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는 논쟁적 요소가 있는 기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법의 결과 앞에서 결국 무력화될 수 있는 셈이다.

수용자가 말한 내용 중 일부를 누락했는데 이를 조작보도로 몰아 소송을 걸 수도 있다. 기자의 관점에서 글의 흐름과 무관해 누락한 사실일지라도 수용자가 조작이라고 주장하면 조작보도에 해당된다. 취재원의 모든 멘트를 토시 하나 빠짐없이 적어야 할 판이다. '기사 검열'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언론의 순기능은 무시한 채 언론에 대해 적개심만 갖는다면 사회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언론이 수사와 판결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을 알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언론에 드러난 사실들이 법의 심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언론사들을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그나마 언론 기사는 사실확인을 위해 데스킹(원고를 검토해 다듬는 행위)과 게이트키핑(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기존의 언론중재 제도나 사법절차를 통해서도 가짜뉴스를 바로잡을 수 있다.

반면 최근 파급력이 큰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날 것 그대로를 송출한다. 가짜뉴스를 퍼뜨리기 좋은 환경을 그대로 방치만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치인들의 말과 SNS를 통해 전파되는 가짜뉴스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일례로 지난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특혜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연루설을 제기했고, 여러 언론사들은 이를 인용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장경태 의원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으면 그만이지만, 이를 인용보도한 언론사들은 재산상의 피해를 입게될 것이다.

가짜뉴스 근절이 곧 언론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국민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논의가 더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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