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에서 돼지와 함께 먹을 것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먼저 무엇을 보내야 하겠는가? 그들에게 일차적으로 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케냐 단도라 지역의 고르고초 마을은 쓰레기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열악한 곳이다. 2005년 12월 구호활동을 위해 이곳을 찾아온 한 한국인 목사의 눈에 쓰레기더미 위에 앉아 있는 아이의 눈동자가 들어왔다. 그는 그곳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는 케냐의 고르고초 마을에 성악가 김재창 선생을 지휘자로 보내서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고, 그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가르치게 했다. 2006년 8월 고르고초 마을 각지에서 8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했다. '도, 레, 미'도 모르던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은 케냐 국내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과 미국을 순회 공연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가난과 질병의 그늘에서 절망 가운데 살아가던 어린이들이 아름다운 노래로 온 세계에 사랑과 평화를 전하는 희망의 메신저가 된 것이다. 쓰레기 마을 어린이 합창단이라는 아름다운 발상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왔는가!

한국에도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가 있었다. 난지도는 원래 한강 지류인 난지 샛강과 한강 사이의 작은 섬으로서 난초와 갖가지 식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렇지만 1978년부터 서울시의 쓰레기 처리장이 되면서 난지도에는 서울 시민이 버린 온갖 쓰레기가 쌓인 산이 됐다. 그래서 성산대교 근처만 가도 쓰레기 냄새가 났으며,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여의도와 목동에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난지도가 자연과 환경의 상징으로 다시 살아나 월드컵공원이 됐다. 20여년 꾸준한 복원 사업이 진행됐고 이제는 태초의 자연과도 같은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공원이 됐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5개의 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제 산새들이 지저귀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맹꽁이가 살 정도이다. 노을공원에는 야영장이 들어섰고 하늘공원은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노을공원 정상에서는 아름다운 석양은 물론 도시의 야경과 하늘의 별도 볼 수 있다.

이 난지도를 포함하는 상암동은 이제 방송가가 됐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를 비롯해 JTBC, 교통방송 등 여러 방송사가 자리를 잡았다. 한때 서울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모이던 곳이 지금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 됐다. 얼마 전 이곳에 월드컵대교가 개통됐다. BTS가 미국 방송에 출연해 히트곡 '버터(Butter)' 라이브 공연을 펼쳤는데, 그 배경이 월드컵대교였다. BTS가 어두운 밤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다리 위에서 춤추고 노래해 이 다리는 아름다운 다리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난지도 쓰레기 마을을 자연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아름다운 발상이 이처럼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한국전쟁의 비극이 남긴 뼈아픈 상처이다.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우리 한반도에서 전투를 벌인 세계의 전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비무장지대(DMZ)는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를 위한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돼야 마땅하다. 더구나 이곳은 휴전 후 지난 60여년 동안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다. DMZ는 한반도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길이 남을 소중한 자원이다. DMZ가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돼,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를 감상하며 마음껏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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