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도경 기자]특금법 신고 기간이 24일 마무리되며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코 앞에 다가왔다. 이에 은행 실명계좌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지 못한 거래소들은 당장 내일부터 영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정부가 '투자자 보호정책'을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금 세탁 문제에만 집중해 투자자의 실질적 피해를 외면한 '허울 뿐인 정책' 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높고 특정 세력의 시세 개입 가능성이 큰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가상화폐는 이달에만 파산 위기인 헝다그룹이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기업어음(CP)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가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했다는 등 가짜뉴스로도 시세가 급등락한 바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가 투기적 성격을 띄며 투자자들의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상황에도 관련 규제가 늦어진 이유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의 모호함을 이용한 각종 가상화폐 관련 사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제도권 진입에 맞춰 가상화폐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투자자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코인 거래소의 코인 다단계 사기 등 코인 범죄 피해 규모는 올해 상반기만 지난해 한해(2136억원)의 10배가 넘는 2조851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금 세탁과 관련해 가상화폐 거래소의 자격 검증을 마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여러 투자자들의 상황을 고려한, 보다 촘촘한 법안 마련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다단계 사기'는 상장 전 신규 코인으로 투자금을 모은 후 모은 투자금으로 배당이 발생하는 것처럼 속여 더 많은 투자를 유치, 수익금을 빼돌리는 폰지(Ponzi)사기 형식으로 주로 발생한다. 일부 거래소는 개별 마켓에서 가상화폐를 통한 물물거래로 보다 직접적인 다단계 사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피의자는 사기죄·유사수신법 위반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투자자는 암호화폐를 재화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 피해 구제가 어려운 현황이다.

가상화폐 예치를 통해 이자를 지급받는 '코인 디파이(DeFi)' 관련 규제도 미흡한 상태다. 디파이 이자는 분할된 가상화폐로 지급받으며 일반 금융상품 이자에 비해 3~4배 높다. 문제는 디파이 서비스의 정의가 모호해 규제 영향권을 벗어나는 데다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디파이는 P2P(개인간 거래) 형식으로 거래돼 고객의 투자금을 빼돌리는 등 사기 행각에 이용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사이퍼트레이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디파이 관련 사기 피해액은 8340만 달러(약92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의 2배를 넘어섰다. 

다만 이번 특금법 시행에 따른 사업자 의무 등록 대상에 디파이 기업들은 포함돼있지 않으며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다.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는 만큼 정부는 관련 법안을 다양한 방향으로 강화해 투자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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