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남정운 기자] 위드(with) 코로나 시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국민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의 강력한 추진이 이어질 듯 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민이 인식하는 위드 코로나와 정부 구상의 큰 간극을 조속히 메우고, 세부 시행 방안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일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이야기하려면 로드맵이 제시된 채 협의해야 하는데 개념만 언급돼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세부적인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은 채 다음 달까지 대응 전략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황이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우리가 방역을 잘하고 백신 접종 성적이 우수해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선택하는 상황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위드 코로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확산을 피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적과 동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위드 코로나는 단순한 방역 조치 종료가 아닌 여러 피해 증가를 감수하고 시작하는 일종의 '항복 선언'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높은 위드 코로나 찬성율이 '길어지는 방역 지침에 의한 피로감'과 '위드 코로나=승리라는 오해'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한다. KBS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0% 접종 완료 후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한 찬성 비율은 4단계 거리두기 시행 초반인 8월 56.9%에서 추석 세부 방역 조치까지 내려진 9월 69.4%로 늘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방역 지침 준수가 점점 해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9일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흥업소 출입으로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사람은 1만2069명이다. 작년 동기에는 414명이 적발됐으니 올해 29배가량 폭증한 셈.

삼엄한 방역 조치 아래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대로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큰 혼란과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 중에서 시행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한 경우가 여럿 발생했다.

지난 7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은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에 도달했음에도 지난 5일 하루에만 3만3000명의 확진자와 16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구 545만의 싱가포르도 백신 완전 접종률이 83%에 달하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가 3000명을 넘기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며 방역 지침이 느슨해지면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일상을 돌려받고자 한다면 위드 코로나에 대한 오해와 방역 지침 준수에 대한 안일한 마음가짐과는 냉정히 작별을 고해야 한다.

지난주 취재 차 밤늦게 강남에 다녀왔다. 이미 오후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4단계 거리두기 중인 서울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함께 놀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방역 수칙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심지어 일부 가게들은 영업 종료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몰래 손님들을 맞아들였다.

이기적이라며 비판하고 싶은 마음보다도 위드 코로나 시행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과연 우리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준비가 된 걸까.

고사성어 중에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 껍질을 안에서 쪼면(줄, 啐) 어미닭이 밖에서 함께 껍질을 쪼아 깨트리는 것(탁, 啄)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우리 중 누군가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오해의 껍질 속에 갇혀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줄탁동시' 할 때다.

시행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는 위드 코로나의 의의와 목적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껍질 속을 대차게 두드려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하루빨리 세부 방안을 발표해 껍질 밖을 쪼아 부지런히 오해를 깨부숴야 한다. 부단히 쪼아서 병아리가 세상 밖을 보듯이, 우리도 모두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이 금방 다가오기를 고대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