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성현 기자] MB의 남자들이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비자금 의혹으로 사퇴를 선언한 이석채 KT 회장과 배임 혐의로 송치된 민영진 KT&G 사장, 조기 퇴진을 결심한 정준양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그렇다.

모두 민영화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 하에 있는 기업으로 지목돼오던 곳의 수장들이다.

이석채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서 2007년 KT 회장에 취임, 지난해 연임도 성공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보다 강해진 검찰의 칼날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민영진 사장의 경우 사퇴를 결심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개인 비리 혐의로 경찰로부터 송치 처분을 받아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준양 회장은 사퇴설이 나올 때마다 이를 부인해왔지만 돌연 하야를 결심했다.

과거 정부 인사들이 정권 교체 시기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불명예 퇴진하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공기업부터 금융지주사까지 낙하산 의혹을 받았던 경제계 인사들 중 소리소문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이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세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대 기업의 수장으로서 그동안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폼 나게 행동해오던 인물들이다. 노조나 정부, 야권·시민단체 등의 압박에도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밀고 나가 소기의 성과도 올렸다.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의 경우에는 최근까지 해외 관련 단체의 얼굴로 활약하며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낙하산 의혹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정권이 바뀌니 상황이 이렇게 돌변했다. 정치적인 선택인지 순전히 일신상의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른바 ‘라인’이 사라지고 1년을 넘기지 못한 타이밍이다.

 

 

▲ 성현 기자


우리 사회 곳곳에는 수많은 라인이 존재한다. 중앙 정부부처는 물론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도 세력 싸움과 편 가르기는 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라고 해서 무조건 내친다면 이는 또다른 낙하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공한다. 악순환이다.

능력만 있다면 리더의 측근이라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친분은 아무래도 사람의 눈을 가리는 법이고 숨은 진주를 발견하지 못하게 만든다.

원칙과 소신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전체를 이끌고 가야될 리더는 설사 내 사람이 아니더라도 포용해주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된다.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게 사람이요 세상 이치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