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인영 기자]"플랫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빛은 자본이 없어도, 배경이 없어도 시장의 큰 흐름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를 둘러싼 골목상권 침해와 과도한 수수료 논란 등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전 국민이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카오. 이 혁신 기업의 수장은 어쩌다 국정감사에 불려가게 됐으며, 또 매번 사과만 늘어놓는 처지가 됐을까. 흙수저 출신으로 벤처 신화를 써 내려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수수료 장사에 눈이 멀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다름 아닌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 정책이다. 지난 8월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성공률을 높이는 '스마트 호출' 요금제를 기존 1000원 정액제에서 최대 5000원까지 부과되는 탄력 요금제로 바꿨다.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설정되게 한 것인데, 이용자의 대다수가 저녁 등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스마트 호출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요금 인상과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은 것.

또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3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배차 혜택을 주는 월 9만9000원의 프로멤버십 요금제도 신설했다. 카카오 T 택시가 택시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당시 택시업계는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치권과 여론은 독과점의 폐해가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시장 원리에 따르면 경쟁 상대가 없는 독점 기업은 더이상 제품의 질을 높일 이유도, 가격을 낮출 이유도 없어진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커지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한번 올라간 시장점유율을 무너뜨리는 게 더욱 어렵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선점자가 독과점을 하면 후발주자가 그것을 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록인(Lock In) 효과로 인해 독점을 스스로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서 상당한 크기의 변화가 없으면 독과점을 장기간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

플랫폼 기업과 관련한 이슈는 비단 국내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에 비견되는 구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 규제 논의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들이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한편, 시장의 경쟁을 소멸시키고 중간 공급자를 착취하는 등의 불공정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카카오로 인해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 지금, 김범수 의장은 "실제 수수료를 절감하는 것보다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과 비용 절감 방안을 통해 상생을 모색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품질이 좋은 것이 상단에 위치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그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독점적 지위에 올랐다고 가격(수수료)를 올리는 전략은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제시한 상생안은 결코 가볍거나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약속했다. 약속을 저버린 행동은 공들여 쌓은 플랫폼을 붕괴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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