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대선이 '오징어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을 입수한 포린폴리스가 보도 전문을 보면 "오징어 게임이 양대 정당 대선 주자들이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고도로 계층화된 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국민의힘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위 관련 의혹을 예로 들며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이들의 선거 캠페인이 청년층에 만연한 정치적 냉소주의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두 후보들의 의혹과 검찰 수사가 이번 대선판을 좌우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이재명 국감은 말씨름만 오갔을 뿐 실체적 진실은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여든 야든 검찰이 밝혀야 한다는데 "돈 받은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몸통 게이트"로 서로 상반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사건에 대해서 진실의 칼을 휘두를 수 있을까? 성남시청을 수사 착수 20여일 만에 압수수색(2회)하면서 시장실, 비서실을 의도적으로 빼놓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더구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내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확보도 하지 않고, 경찰이 확보한 휴대폰에 대한 수사도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어느 국민이 현재의 검찰이 공정과 정의를 가지고 국민을 위한 수사에 임했다고 생각하겠는가? 검찰의 칼날은 날카로운 검이 아니라, 수사 의지도 없는 연약한 물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일 검찰은 자진 귀국하는 남욱 변호사를 공항에서 체포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표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검찰이 비슷한 혐의로 남욱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금일 아침에 법원에서 기각됐다. 한심한 노릇이라고 보여진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 및 구속영장 청구가 아니라, 핵심 범죄자에 대해서 기각을 당할 수밖에 없게 수사 및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까지 든다.

남욱의 '깐부'였던 김만배는 전직 검찰총장, 청와대 민정수석, 대법관으로 법률고문단을 꾸릴 만큼 법조 인맥이 짱짱하다. 남욱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박영수 전 특검, 남욱을 수사한 수원지검장 출신 강찬우 변호사가 각각 화천대유 법률고문, 자문으로 활동한 걸 공교롭다고 보긴 힘들다. 김만배는 남욱 등 법조인이 포함된 7명에 각 50억원씩 350억원 로비 비용 분담을 요구했는데 이들의 뒷배 역할을 의심케 한다. 동업자인 남욱도 "뜨악하다"고 한 권순일 전 대법관 같은 이들을 김만배가 언급했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전후로 김만배가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한 경위가 뭔지 규명돼야 한다. 소수의 개발업자들이 어떻게 대장동 개발이익의 90%를 챙길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불법을 덮고 사실을 왜곡하는 데 법조인들이 관여했는지가 현 사건의 핵심 쟁점이기도한다.

국가 미래 권력을 뽑는 대선이 검찰과 공수처 칼끝에 달린 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상당히 유감의 상황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봤듯 칼끝이 무뎌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튼 전례가 적지 않아서다.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진영별로 패가 갈려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는 오징어 게임으로 끝날 것 같다고. 정치를 냉소하는 유권자들은 떠나고 꾼들만 남아 그들만의 잔치를 벌일 것 같다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제가 야당 후보가 되면 둘 다 감옥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오늘 아침에 문득 들었다"고 말을 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뭔가. '공정과 상식의 복원'이나 '비정상의 정상화' 같은 아름다운 말들은 '단군 이래 최대 뇌물 사건'으로 변질된 대장동의 문(게이트)에서 불어오는 광풍에 흩어져 버렸다. 야당은 야당대로 유력 주자의 '고발 사주' 의혹에 난데없는 '王'자 손바닥, 미신 막말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정책·비전 경쟁을 말아먹고 있다. 도무지 어디 눈 둘 곳 없는 대선이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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