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도경 기자]"불안한 시대입니다.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가 죽는 것보다 아프거나 다쳐서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큽니다. 불안한 세대일수록 보험 수요는 근본적으로 높아지기에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AI(인공지능) 보험 진단 서비스 '보닥(보험닥터)'을 개발·운영하고 있는 아이지넷의 김지태 부사장은 29일 월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9년 런칭한 인슈어테크(Insurance+Tech) 플랫폼 보닥은 소비자가 주민등록번호·핸드폰 번호·이메일 등 간단한 인적사항을 등록하면 현재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한 AI 평가와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직접 자신에게 적합한 보험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가입을 원할 경우 담당 설계사와 연결되는 방식이기에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았다. 월 평균 800~900건의 신규 계약과 100억원에 가까운 월 평균 중개액을 나타내며 인슈어테크 업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험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보닥이 어떤 배경을 통해 성장해 왔는지, 앞으로는 어떤 비전에 따라 움직임을 보일지 알아보기 위해 김지태 아이지넷 부사장을 만났다.

Q. 지난 2014년 부자가 함께 아이지넷을 창립해 2019년 AI 보험플래너 보닥을 런칭했습니다. 아이지넷 혹은 AI보험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을까요?

아이지넷 창업 이전 GA(법인보험대리점)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뿌리깊은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 주권이란 것이 성립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보험 상품의 권유가 수수료와 시책에 의해 좌우돼 고객에게 적합한 보험이 오히려 권유가 안되는 상황이 발생해 왔습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3개월차 보험계약 유지율이 업계 평균 70% 정도입니다. 10명 중 3명 정도가 1년 내 가입한 보험을 해지한다는 뜻인데, 보험 상품이란 게 중도 해지할 경우 무조건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설계사의 권유만을 통합 상품 가입 대신 데이터를 기준으로 고객 적합성이 높은 보험이 권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고객에게 유용한 상품 위주의 판매가 보험사의 손해율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까요?

보험의 유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원수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객의 중도 해지는 매출채권의 손실율로 작용되는데, 자본 흐름을 계산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에 만일 보험 상품의 유지율이 높아지고 보험사에서도 유입 자본금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면 보험 상품이 오히려 저렴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수료가 높은 상품 위주로 가입을 권유하던 설계자를 제외하고는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입니다.

Q.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불완전 판매 등의 원인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보닥의 노력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그런 소비자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보닥의 경우는 진단을 통해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상품이 판매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불완전판매는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물론 사내 고객보호센터를 통한 고객 응대 등 고객 보호를 위한 조치도 시행 중입니다. 또 사내 준법감시인실과 정보보호위원회도 상시 운영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사내 제도를 개선해 왔습니다.

그 결과 보닥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고객의 13개월 유지율은 업계 평균 70%를 크게 넘는 99% 내외를 기록했으며 불완전판매도 지난 수년간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이 저희가 인슈어테크 1위 기업으로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보닥
사진=보닥

Q. 지난 달 구글 앱마켓 인슈어테크 플랫폼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타 인슈어테크 플랫폼과 대비해 가지는 특장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좀 더 고객 친화적 서비스라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의 주 관심은 본인과 적합성이 떨어지는 보험상품 또는 보장을 정리하거나, 같은 보장 대비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으로 전환해 보험료를 절감하는 데 있습니다.

보닥에서는 이러한 니즈를 감안, 고객이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가시적 점수를 책정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진단 스코어링(Scoring)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대부분의 보험 관련 서비스들이 고객의 보장에 대한 과부족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반면 보닥은 고객 적합성이 떨어지는 상품에 대해 AI가 해지·조정 의견을 제공, 보다 적합성 높은 보험을 가격대 별로 추천하기도 합니다. 보험상품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정도로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보닥의 진단 스코어링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책정하게 되나요?

보닥의 진단 스코어링 시스템은 저희가 보유한 23만 건 이상의 상품 사업방법서와 약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니다.

오랜 기간 누적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품화하는 것은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보험사나 인슈어테크 기업에서도 도전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하나생명과 신한라이프 등 다른 보험사에도 저희 스코어링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스코어링 서비스는 향후 대출 심사 등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 납입을 꾸준히 하고 있는 고객은 대출 상환 여력과 신용도가 높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활용한 대출한도 증대나 금리 인하 등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몇몇 기관과 협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고객이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보험 상품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설계사들의 상품 이해도도 조금 높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지넷 전문 설계사들이 받는 교육이나 복지 혜택도 궁긍합니다.

조금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높아야 합니다. 고객이 어느 정도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설계사와 연결이 되는데, 설계사의 상품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소비자의 가입 니즈는 크게 떨어집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잡기 위해서라도 보닥은 설계사들에게 굉장히 높은 강도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한 달 영업일이 22일 정도라면 5일 이상은 교육에 투자하는 수준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매 세션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입사자의 경우는 한 달 정도 교육만 받기도 합니다.

저희 플랫폼 소속 설계사들은 최종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보닥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이라는 보험 상품의 특성상 최종 결정 단계에서 사람의 개입이 상당 부분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그들에게 '보닥 플래너'하는 브랜드를 부여해 보닥 서비스를 대표하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각종 혜택에서도 스탭 부서원들과 동일한 복지와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기존 대면 설계사 혹은 TM을 중심으로 움직히던 보험 시장이 디지털 혁신을 맞아 많은 부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어떤 형태로든 특정 플랫폼에 소속돼 영업을 하는 플랫폼 경제로 들어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객은 편의성이 충족되는 환경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이러한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는 플랫폼 서비스들로 고객이 모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고객 상담의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설계사들은 플랫폼에 소속돼야 지속가능한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보닥 어플리케이션에 새겨진 캐릭터도 눈에 띕니다. 보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요?

현재 보닥을 이용하는 고객의 대부분이 30대 중반, 젊은 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아직까지도 보험 가입에 있어 지인 설계사의 의존도가 높습니다. 젊은 층의 경우는 지인 등 설계사에 대한 불신이 높지만 수요는 오히려 더 높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의 니즈에 맞춰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의 경우 앞으로 보험 상품을 추가로 가져가기 점점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40대 중반까지는 기대수명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젊은 나이이고, 보유한 보험을 재설계하면서 추가 니즈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상의 경우 질병이나 나이와 같은 문제로 가입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금 더 젊은 층을 위주로 타겟을 잡고 있습니다.

캐릭터와 같은 경우는 회사의 브랜드와 같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쏟아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사업을 강화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Q.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제공되던 보험 컨텐츠가 현재 내려간 상태입니다. 향후 플랫폼 내부 게시 등 새로운 방향으로 보험 컨텐츠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금소법 시행으로 인해 일부 컨텐츠들을 삭제한 상황입니다. 물론 내부 준법감시실의 검토를 통해 일부 컨텐츠를 재등록 검토 중에 있습니다. 보험 관련 컨텐츠를 다시 게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Q. 최근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획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이지넷과 보닥이 앞으로 나아갈 비전과 목표는?

일단 현 시점에서 보닥은 보험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진단과 추천 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 김지태 아이지넷 부사장은?

지난 2013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금융학사를 취득했다. 이후 2014년 중견 IT기업 '아이지시스템'의 창업주인 아버지 김창균 대표와 함께 아이지넷을 공동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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