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6세의 소년 안창호는 평양에서 벌어지는 청일전쟁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청나라와 일본이 왜 조선 땅에서 전쟁을 하는가? 청나라와 일본의 전쟁으로 왜 평양이 파괴되고, 평양 시민들이 피난을 가야 하는가? 우리 땅이 왜 청일간의 전쟁터가 되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백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이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어서 다른 나라의 전쟁터가 되고 있으니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러면 조선이 왜 힘이 없는 나라가 되었는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 한국인들의 거짓과 부정이 나라를 망국의 길로 몰고 왔다고 보았다.

"아아,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내 평생에 다시는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 그래서 그는 우리의 몸속에 있는 거짓을 버리고 참(誠)으로 채우기를 거듭거듭 맹세하자고 역설하였다. 거짓이 만연한 것이 나라를 망친 것이라고 진단한 그는 거짓이야말로 나라를 무너뜨린 원수라고 탄식한 것이다.

안창호 선생은 나라의 일은 신성한 것이며, 나라의 일을 재물 취득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호소했다. 공직을 맡은 이들이 그의 직무를 진실하게 수행하지 않고, 부당하게 재물을 축적한 것이 망국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도산 선생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독립운동을 하면서 청년들에게 '무실역행'(務實力行)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쳤다.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꿈에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깊이 뉘우쳐야 한다. 거짓이 우리를 망친 원수다. 모든 국민 각 개인의 가슴 속에 진실과 정직을 간직해야 한다."

이러한 삶의 자세를 도산 안창호 선생은 '무실역행'(務實力行)이라고 했다. 공리공론을 배척하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힘써 행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무실(務實)'이란 '실(實)'을 힘쓰자는 뜻이며, '실'은 진실, 성실, 거짓이 없는 것을 말한다. '역행(力行)'은 '행(行)하기'를 힘쓰자, 곧 힘써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안창호 선생이 평양에 대성(大成)학교를 세우고 청년 제자들을 교육할 때에도 '참(誠)'이 그의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였다. 안창호 선생은 학생들에게 성실과 진실을 요구했다. 그는 "저마다 '참되기' 공부를 하자, 온 국민이 진실한 인간이 되기를 힘쓰자, 그것이 곧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라고 끊임없이 강조하였다. 모든 국민이 저마다 참되기를 힘써서 우리 한국 민족이 온 세계가 인정하는 진실한 민족이 되는 것이 그의 숙원이었다.

그는 미국의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는 교포 노동자들에게도 "오렌지 한 개를 따더라도 정성껏 따라.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라고 가르쳤다. 그리하여 나무에 손상을 주지 않으며 정성스럽게 오렌지를 거두고, 주변 환경을 깨끗이 가꾸어 나간 우리 교포들의 성실성은 미국 사회에서 점차 한국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한국인에 대한 신뢰와 신용으로 발전해 나갔다.

1932년 4월 상해 홍구공원 윤봉길 의사 의거가 있은 후,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피신하도록 연락했다. 그러나 4월 29일, 안창호 선생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어린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약속 장소에 갔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말았다. 그는 어린이와의 작은 약속을 지키는 일조차 이처럼 소중하게 여겼다. "무실역행(務實力行) - 진실하라! 실천하라!" 도산 안창호 선생이 오늘 우리에게 호소하는 절절한 메시지가 들려오지 않는가?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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