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도경 기자]인터넷 밈(meme·온라인 인기 컨텐츠)으로 쓰이는 그림 한 장의 가격이 한화 6억원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줄 글의 가격은 33억원이다.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이야기다.

NFT는 그림·영상 등 디지털 파일에 블록체인 기술로 난수 조합을 부여한 일종의 꼬리표를 뜻한다. 10코인이 1코인의 10배 가치를 지니는 가상화폐와 달리, 단위당 가치가 모두 달라 개별 희소성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기술적 복제가 불가능하고 유통 과정 전반의 추적이 용이해 예술작품 등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작가의 저작물을 지키고 원활한 거래를 돕는 등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기술이 금융·예술 시장 전반을 뒤흔들 혁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NFT 시장은 밈 등 일시적 문화 현상에 기댄 투기적 성격으로 움직이고 있어 문제다.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냥 캣(Nyan Cat)'의 NFT는 58만 달러(한화 약 6억원)에 거래된다. 도시 트위터 창립자의 첫 번째 트윗은 290만달러(약 33억원)에 팔렸다. 방귀소리마저 NFT로 만들어지면 48만원(434달러)에 팔린다.

해당 거래가 저작물에 대한 법률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각 NFT가 가진 희소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현재는 개인과 기업 할 것 없이 NFT를 무분별하게 만들어내는 '투기장'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저작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작품을 NFT로 제작해 판매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경우 저작재산권의 복제·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NFT 생성 자체에 창작성이 있는지 등 저작권과 관련한 법령 정의는 미비한 상황이다.

열기가 뜨거운 만큼 시장 관심을 악용한 사기 피해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FT 미술품 판매를 가장한 신용카드 정보 도용 범죄가 가장 흔하다고 보도했다. 자금세탁·탈세 등의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농후하나 가상자산 포함 여부가 모호해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실시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규제에도 걸리지 않는다.

NFT는 디지털 공간의 저작물에 원본 가치를 부여하고 대안 미술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NFT의 가치는 생성된 난수 자체가 아닌 원본 저작물의 권위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디지털 수집품 개념으로 움직이는 지금의 시장은 분명 과열된 감이 있다. 정부와 업계의 발빠른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투자자들 역시 NFT에 대한 신화적 맹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한계와 문제를 직시해 현재의 기술이 보다 보편적이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갈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