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후유증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후보가 당원의 65% 이상을 점한 50·60세대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자,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20·30세대 젊은 층이 반발하고 있다. 당원투표에서는 윤 후보가 홍 후보에 비해 22.97%포인트 더 득표했지만, 국민여론에서는 홍 후보에 10%포인트 이상 뒤졌다. 20·30세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들을 대변해줄 후보가 낙선했으니 탈당한다며 탈당계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됐으나 '원팀' 구성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 윤 후보와 경쟁했던 세 명의 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힘으로써 외형상의 결합은 이뤄졌지만 20·30세대의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치열하게 경쟁했던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은 물론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20·30세대의 표심을 모으는 일이다. 윤 후보가 60~7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반면, 젊은 세대는 홍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우리 모두 정권교체를 위한 깐부"라며 세명의 경선 경쟁자들에게 '원팀'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는데, 홍 의원은 지난 8일 "검찰 주도의 비리의혹 대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거부했다. 윤 후보가 "맏형 홍 선배님의 메시지에 가슴이 뭉클하다"는 말로 구애했지만, 홍 의원은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의 참여 거부는 상승세를 타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악재가 됨은 분명해 보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46.0%로 25.9%의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했고, PNR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5.8%로 이재명 후보의 30.3%를 크게 앞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34.2%로 곤두박질쳤다. 홍 의원의 행동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과반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열세를 보이는 조사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컸던 선거다. 게다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끝까지 완주한다면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이 안 대표 쪽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젊은 세대와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의 20·30세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정책과 언행이 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원가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구체성이 결여됐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바짝 일하고 쉬자'며 주52시간제의 문제점을 짚었는데, 역시 당장 일자리가 없는 20·30세대들에게는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다. '개사과' '식용개' '임금 왕자(字)' 등 정제되지 않는 언행을 접하며 생존적 문제에 맞닥뜨린 청년층들이 고개를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정치 신인'을 내세우지만 주변에 온통 기득권 세력이 진을 치고 있는 것도 20·30세대를 실망시켰다.

윤 후보는 작금의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권교체라는 지상명제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은 과감히 쳐내야 하고 필요한 것은 적극 채용해야 한다.

첫째, 홍 의원은 경선 승복을 약속한 만큼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국민의힘이 원팀을 구성할 수 있느냐 여부가 곧 정권교체의 시금석이다. 홍 의원도 경선 과정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홍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지지했던 당원·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윤 후보도 더 낮은 자세로 홍 의원을 포용하고 조력을 끌어내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 결과에 불만을 쏟아내며 대거 탈당하는 20∼40대 당원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홍 의원을 껴안는 게 중요하다.

내년 대선에서는 여야 간 초접전이 예상된다.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진영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고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화합해야 한다. 대선 후보와 경선 패배자가 갈라선다면 승리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작은 표 차의 패배를 인정하는 건 쉽지 않지만, 깨끗한 승복과 협력은 향후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승자가 패자를 포용하고 패자가 깨끗이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민주주의도 공고해진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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