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남단의 등대광장에서 바라본 해운대 석각. 사진=윤성희 기자
동백섬 남단의 등대광장에서 바라본 해운대 석각. 사진=윤성희 기자

[월요신문=윤성희 기자] 매해 7월 말~8월 초 수십만 명이 몰리는 우리나라 대표 피서지 '해운대'. 바닷가로서 구름이 많고, 겨울에도 동백꽃이 피는 아름다운 절경은 직접 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금강산, 한라산, 석굴암, 부전고원, 평양, 백두산, 압록강 등과 함께 대한팔경 중 하나인 해운대의 이름은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문인이었던 최치원이 이 곳을 방문하면서 유래됐다.

최치원은 낙향해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에 이곳을 지나다가 주변 자연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대(臺)를 보아 바다와 구름, 달과 산을 음미하면서 주변은 소요(消遙)하다가 선생의 자이기도한 해운(海雲)을 암석에 '해운대(海雲臺)'란 세글자로 음각했다는 데서 이곳의 지명이 유래된 것.

해운대 석각을 바라볼 수 있는 등대광장. 사진=윤성희 기자
해운대 석각을 바라볼 수 있는 등대광장. 사진=윤성희 기자

동백섬 남단의 등대광장 아래 아주 평범한 바위 하나. 해운대의 시초가 된 '해운대 석각'이다. 이 석각은 부산시 지정 기념물 제45호이다. 석각으로 내려가는 초입에는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에는 이 같은 역사의 흔적을 간결하게 정리해 놨다.

해운대 석각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비바람과 파도 탓에 물리적·화학적으로 풍화되는 등 자연적 손상이 심했다. 그러던 2010년부터 부산 해운대구청이 석각의 보존 및 보강 작업을 벌이는 한편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나가고 있다.

해운대 석각이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남쪽 끝 동백섬은 공원으로 조성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966년 9월 1일 공원대지로 지정된 후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백공원 중앙에 위치한 최치원 한시비. 사진=윤성희 기자
동백공원 중앙에 위치한 최치원 한시비. 사진=윤성희 기자

먼저 등대광장 뒤쪽 정자를 따라 계단이 이어지는데 이곳을 올라가면 최치원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 뒤편에는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는데 그 모양이 장관이다.

최치원의 동상 아래에는 그의 생애를 간단하게 기록한 약전과 함께 9편의 한시를 가림막돌에 새겨 넣었다. 이 동상을 최치원의 한시비라고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첫 번째 한시는 '춘효(春曉)'인데, 이 시의 앞에 새긴 '머리말'(이은상 지음)에도 최치원을 "우리나라 한문학(漢文學)의 원조요, 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높은 시인"이라고 평가함으로써 한시를 비석에 새기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조용한 새소리와 함께 최치원의 한시가 어우러진 풍경은 신라시대 최치원의 숨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특별함이 묻어나왔다.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사진=윤성희 기자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사진=윤성희 기자

동백공원은 신라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등대광장의 옆쪽으로 200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건물은 동백섬을 한 번에 설명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건물의 지붕은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했다.

생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내부에 들어서면 각국 정상들의 사진과 영상을 접할 수 있고,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와 오찬 등 관련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동백공원은 구름다리, 전망대, 데크 등을 설치해 해안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동백공원은 구름다리, 전망대, 데크 등을 설치해 해안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사진=윤성희 기자

동백공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책이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넓게 펼쳐진 해운대 바다와 광안대교, 오륙도 등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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