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남정운 기자]'아싸(아웃사이더)의 반란'. 이보다 이번 선거를 잘 설명하는 표현은 없을 것이다. 주요 후보‧유권자가 모두 정치 외곽에서 중심으로 약진하는 가운데 한국 정치는 '청년층의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시대 과업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낙선 이후 악화일로를 걷는 MZ세대의 정치 효능감을 살릴 방책은 무엇일까.

거대양당의 대권주자로 나선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모두 이번 대선 정국 이전까지 국회 경험이 없고 당내 지지층이 미진한 일명 '정치적 아싸'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당심을 장악하며 대권 주자 자리를 거머쥐었다.

더불어 MZ세대는 지난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로 부상했다. 이들 역시 지금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 정치에서 배제돼왔던 아싸 유권자였으니, 이번 선거는 가히 '아싸 대선'으로 불릴 만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이 MZ세대의 향후 정치 참여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실제로 MZ세대 표심에 따라 결정된다면 문민정부 이후 가장 고조된 이들의 정치적 관심과 효능감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MZ세대의 정치적 존재감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대남(20대 남성)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의 완승을 견인하는가 하면, 적극적인 당원 가입과 조직화를 통해 사상 최초의 30대 당대표 당선에도 기여했다. 그 이후에도 MZ세대는 한 자리대 지지율에 불과했던 홍 의원을 불과 한 달 만에 여론조사 1위로 만드는 '한 방'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 효능감 상승-정치 참여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던 MZ세대의 정치 행보는 홍 의원의 낙선으로 최근 기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들이 아직 새 지지 대상을 낙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후보는 연일 MZ세대 표심을 공략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에는 청년 기후활동가들을 만났고, 17일에는 대학언론연합회 간담회를 방문했다. 윤 후보는 지난 14일 야구장을 찾은 것에 이어 25일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방문해 청년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

하지만 MZ 표심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2%에 불과했지만 비호감도는 무려 윤 후보 69%‧이 후보 66%에 달했다. 30대에서는 각각 66%와 68%의 비호감도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신념과 지지에 따른 투표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실리에 따라 투표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감안해 정책 대결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 효능감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차악 투표에서는 설령 지지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 효능감이 반감되므로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에서 "2030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이 한번 느꼈던 정치 효능감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홍 의원의 낙선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주당 역시 MZ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청년플랫폼'을 만들어 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을 전면 배치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은 이번 대선에 대통령 자리만이 걸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과정과 결과가 MZ세대의 높은 정치적 관심 유지라는 국가적 과업에 기름을 부을 수도,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하고 긴밀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MZ세대는 비판능력이 높다. 진정성과 깊이 없이 얼굴만 비추는 지금과 같은 행보로는 MZ세대의 환대를 받을 수 없다. 후보들의 도덕성 리스크를 최대한 말끔히 지우고, 국가 운영 철학과 공약을 강조해야 한다. 이 '정공법'만이 대선을 승리하고 MZ세대의 정치적 관심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다.

MZ세대는 그 누구보다도 합리성을 추구한다. 투자한 관심과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회의감에 빠져 더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정치권은 청년층을 향한 기약 없는 기다림을 되풀이하게 될 공산이 높다. 국가적 과업을 눈앞에 둔 정치권의 적절한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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