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다. 지난 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175명으로 전날보다 2221명 급증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는 84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는 한 달여간 979명에 이르렀다. 확진자·위중증·치명률이 동반 폭증해 의료 시스템 붕괴까지 우려되고 있다. 앞으로 1만명을 넘어 2만명 확진자 발생도 머지않았다고 하니 접종률 80%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산 공포는 더욱 커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다. 지난달 일상회복 1단계에 들어갈 때만 해도 1주일 평균 365명 수준이던 중증 환자 수가 한 달여 만인 지난주에는 697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4일 동안에는 위중증 환자 수가 평균 771명에 달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서울 88.6%, 인천 91.1%, 경기 79%에 달해 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4020명 가운데 979명이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숨졌다. 최근 4일간 사망자도 211명이나 된다. 보건당국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치료 상황도 위기에 빠진 것이다. 최근 확진자 급증세의 주요 원인인 청소년 환자 발생은 10대들의 낮은 접종률에 기인한다. 종합하면 정부의 방역, 치료, 접종이 감염 급증세를 못 쫓아간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위중증, 사망자 관리에 집중하면 다른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 예상보다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너무 빠른 데다 전파력이 델타보다 4배나 빠르다는 오미크론의 우세종 가능성도 시간문제가 됐다. 방역의 큰 전제가 바뀐 것이다.

준비 없는 방역 완화가 대란을 자초했다. 정부는 국민 70%, 성인 80%, 고령층 90% 백신 접종 조기 달성을 성과로 내세우며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말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일상 회복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을 창출해 K방역을 완성해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국민과의 대화'에서 "1만 명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했다"고 했지만 결국 빈말이 돼버렸다.

정부는 K방역 자화자찬을 반복하면서도 그 부담과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겨온 행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숱한 고비를 잘 헤쳐왔다"고 자평하더니 이날 대변인을 통해 적극적인 백신 접종과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우리나라의 하루 확진자 수는 100명 이내 수준인 중국·일본에 비해 월등히 많고 치명률은 영국(0.3%)·싱가포르(0.32%)의 5배가량에 이른다. 그렇다면 방역 실패에 대해 사죄한 뒤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이제라도 방역 정책의 중심에 홍보나 선전이 아니라 국민 건강 지키기를 둬야 한다. 백신 접종과 거리 두기, 병상 확보, 중증 환자 치료 등 모든 과정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의 기세 역시 무섭다. 변이 확진자가 36명으로 늘어났고 접촉자도 1300명에 달한다. 인천교회에서 시작된 감염은 충남, 경기를 넘어 서울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대, 경희대, 한국외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대학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망에 구멍이 이미 뚫려 지역 감염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방역대책 신뢰를 복원하는 게 급선무다. 문 대통령은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수단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백신 접종 불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니 정부가 청소년 백신 접종에 대한 신뢰를 확신시켜야 한다. 혹여나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식의 적극적인 행정행위가 필요해 보인다.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 해외사례 등 과학적 정보를 공개해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방역 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효성 있는 방역·의료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차제에 영업시간 제한·집합금지가 빠진 무늬만 4단계인 거리두기가 외려 국민 고통을 키우는 게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정책 실기가 되풀이되면 'K방역'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방역은 고강도 조치로 '짧고 굵게' 끝내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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