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시위는 월요일 출근길의 혼란을 야기했다. 출근길 발이 묶인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장애인단체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위험한 발상이다. 본질을 알고 나면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은 정치권을 탓할 수밖에 없다.

20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경부터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로 인해 방화행 상선 열차의 운행이 지연됐다. 시위는 9시 45분쯤 종료됐고, 5호선은 9시 51분부터 정상 운행됐다.

전장연의 호소는 모든 교통약자들의 온전한 이동권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는 안건으로 오른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 심사를 처리할 예정이다.

물론 전장연의 호소 방식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감을 살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제로 삼아야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장애인들이 직접 나서지 않았으면 법안 심사도 속도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국회에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0인이 발의한 저상버스 및 일반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 내용이 삽입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소관위 심사 상태로 계류돼 있었다. 지난 2015년 서울시가 약속했던 2022년까지 '서울시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도 지켜지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아직도 서울 지하철에는 승강장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22곳에 달한다.

전장연은 올해 1월부터 끊임없이 이동권 보장을 외쳐 왔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 등 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는 "승객 불편을 막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지만,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진즉에 통과됐다면 이 같은 불상사도 막을 수 있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법안이다. 교통약자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임신부, 어린이,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결국 우리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한 장애인들에게 빚을 진 것이다.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와 같은 일은 또다시 벌어져선 안 된다. 그때서야 바쁘게 움직이는 정치권을 우리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모두 힘을 합쳐 이번에는 확실하게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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