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취업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불공정 논란'이 또 불거졌다. 의혹 보도 다음 날 김 수석이 사의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당연한 결정이라 보여진다.

문재인 정부 5번째 민정수석인 김 수석은 임명된 지 9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김 수석 아들 김모씨는 최근 한 기업에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김 수석임을 밝히고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라고 적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아버지 영향력을 이용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의 아들은 한 컨설팅 회사에 제출한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의 '성장 과정' 항목에 '아버지께서 현 민정수석이신 김진국 민정수석이십니다'라고 밝혔다. '학창 시절'과 '성격의 장단점' 항목에는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습니다'라고 서술했다.

아들 김씨는 비슷한 내용의 입사지원서를 모두 5곳의 기업에 제출했고, 해당 기업들이 김씨와 접촉했다니 기업들의 반응도 입방아에 오른다. 김씨는 2018년 3월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졸업했다고 적었지만, 실제 졸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씨의 처신은 부적절한 '아빠 찬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씨는 현재 모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고 있다니 취업 과정에서도 아빠 찬스를 썼는지, 김 전 수석이 개입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수많은 청년이 취업난 때문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아직도 연줄이나 배경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대통령 측근인 아버지의 이름을 이용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김씨는 '민정수석 아버지'를 밝힌 지원서를 제출한 회사에는 면접을 보지 않았다면서 지금 다니는 회사에는 정상적인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가 김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만큼 잘못이 드러나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마당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김 수석이 투명하다고 확신한다며 감싼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의와 법치를 수호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의 자세가 아니다.

현 정부 민정수석들은 불미스러운 사태로 중도 사퇴하거나 사퇴 이후 논란을 빚는 일이 되풀이됐다.

초대 조국 전 수석은 민정수석 역임 후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는 과정에서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장관 임명 35일 만에 중도하차했다. 김조원 전 수석은 '청와대 참모 1주택 보유' 권고에도 다주택(2주택)을 유지하다 1년여 만에 물러났다.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사퇴했다. 신현수 전 수석도 임명 2개월여 만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패싱 논란' 등을 겪다 물러났다.

현 상황을 판단해 보면 첫째, 현정부의 '공정·불공정 논란'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들이 단명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공직사회 기강이 바로잡힐 리 없다.

둘째, 민정수석의 중도 사퇴가 반복되는 건 문 대통령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정권에 대한 감찰 업무를 엄정하게 처리할 인사보다는 측근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가 '과정의 공정'을 역설을 했는데 결국 20~30대 청년들한테 좌절을 안겨줬다. 김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만 가속화할 뿐이다.

청년들이 분노할 불공정이 드러났는데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 전 수석은 투명하다고 확신한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법무부가 영어로 'Ministry of Justice'라는 사실을 망각한 처신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국민 보기에 민망하다. 공정에는 예외가 없다고 보여진다.

민정수석 연쇄 리스크는 현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참모진 등의 비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특별감찰관이 임기 내내 공석이 된 탓에 민정수석실의 무능과 위선·방종을 막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로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를 외면하다가 또 사달을 부른 것이다. 이러니 공직 기강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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