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막] 감세-신공항, '집권후기' 주도권전

한나라당이 최근 지난 상반기, 청와대가 백지화하기로 한 이른바 '동남권(영남권) 신공항' 사업을 내년 선거의 공약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소의 논란에도 불구, 유독 이번 발표와 관련, 정가의 눈은 청와대를 향한다. 감세 논란에 대해서도 당청은 원색적 용어까지 써가며, 대립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총선이 다가오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이 공공연히 청와대의 입장에 반기를 들거나, 노골적 배제가 잦아지면서 자칫 갈등의 수위와 골도 깊어질 수 있다는 것. 양측의 갈등을 살피고, 향후를 전망해 본다.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좌)와 이명박 대통령(우)

청, 사정기관 친위대 전진 배치, 후기 라인업 완료
당, 백지화됐던 '신공항' 들이대며 '강對강' 맞받아

지난달 13일, 이명박 대통령은 새로 구성된 한나라당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가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지도부에 권재진 법무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한 내정 사실을 언급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후보자가) 내정이 되면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그 후 두 후보자를 내정하고, 한나라당 지도부에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회동에서는 개각 개편과 관련된 내용만 논의 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에게나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도 사뭇 민감할 것으로 여져질 법한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언급됐다.

발언은 나경원 최고위원에서 먼저 시작됐다. 나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내년 총선과 대선의 책임은 당에 있으므로 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여당 지도부로 당연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도 "정부도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거나 발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당도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정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당정협의가 긴밀하고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화답했다.

종전까지 감세 논란과 반값 등록금 등으로 불협화음을 내온, 당청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화기애애하게 헤어졌다. 비록 한나라당이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절체절명의 극단적 갈등을 빚었던 것은 사실이라 해도 정권을 책임진 쌍두마차, 혹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이 재차 확인된 자리이기도 했다.

반면, 이러한 당청의 화음은 다분히 '겉으로'만 드러나는 '화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그간 정국을 주도했던 청와대가 주도권을 한나라당에 내줬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당청관계가 역전 됐다"는 반응이 그것.

여기에는 나 최고위원의 '총선과 대선, 당 책임 언급'을 비롯해 인사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당과 협의 할 것'이라는 다소, 고무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신공항-감세로 '으르렁'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집권을 함께한 공동 운명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 부분적으로 권력과 관련 치열한 경쟁과 신경전을 벌인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어 왔다. 나아가 이들은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불협화음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힘 겨루기도 마다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춰, 양측의 신경전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또 향후 빈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양측의 갈라서기, 내지는 차별화 가능성은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실제 최근 한나라당은 그간 청와대가 내놓은 주요 정책이나 입장과는 정반대의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상반기 청와대가 폐기 수순을 밟았던, '영남권 싱공항'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홍 대표는 측근 인사의 입을 빌어 "정부가 백지화한 영남권 신공항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홍 대표는 "총선·대선 공약을 총괄하는 총선기획단을 만들어 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토록 하겠다"고도 했으며, "양양공항 등 사실상 공항 기능이 어려운 민간공항 부지를 폐쇄하고 산업단지로 만들면 충분히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도 "당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직후 신공항 건설의 재추진을 위해 정책위 산하 특위에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히며, 입지를 두고 대립을 벌였던 지자체간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내 분위기도 신공항 재추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게 당내 인사의 전언이다.

홍 대표가 청와대가 백지화시킨 신공항 문제를 재차 거론한 것을 두고, 당청 관계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특히 홍 대표는 사업 재추진에 전제로 '총선과 대선 공약'이라고 못 박은 만큼, 현실화 여부도 미지수다.

더욱, 소식을 들은 친이계 조해진 의원은 쌍수를 들어, 그의 생각을 환영했다. 조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건립은 지방발전과 국가균형개발의 핵심요건이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하며, 홍 대표에 힘을 실었다.

'대권관리' 두고, 정면 충돌 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의 입장이 기존 청와대를 배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지난 3월,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 예산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정부가 내놓았던 결과에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더욱 이 대통령은 신공항 사업이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점을 들어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어려운 결정을 하게된 것을 이해해 달라"며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국익임에도 국익을 위해 내린 고뇌에 찬 '결단'을 고작 몇 달이 지나 손바닥 뒤엎듯 도로 원점으로 회귀했을리는 만무해 보인다. 더욱 이번 문제와 관련,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밝힌 전제인 '선거 공약'에 방점을 찍으며 분명한 '선긋기'라는 시각이다.

선거를 의식한 탓도 크지만, 당초 당으로선 신공항 건설이 가져오는 정치적 이익을 감안, 청와대의 지난 발표를 대놓고 뒤집은 꼴이라는 것이다.

이것말고도 당과 청와대는 최근 또 하나의 논란을 벌였다. '법인세 감세 철회'를 놓고 갈등을 재연한 것. 청와대가 법인세 감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재차 확인하면서, 여당이 감세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남경필 최고위원은 "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며"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최고위원과 정두언 전 최고위원도 논란에 합류해, 청와대의 입장에 정면 반기를 들었다.

총선이 다가오고 이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양측의 신경전은 가열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다. 그러나, 공공연히 청와대의 입장에 반기를 들거나, 노골적 배제가 잦아지면서 자칫 갈등의 수위와 골도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 향후 정국이 본격적인 대권체제로 변모할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당청 관계가 본격적인 '정 떼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