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가에는 국가 정보의 중추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의혹으로 시끄럽다.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정원의 한 첩보팀이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특사단이 머물고 있는 숙소에 침입, 이들이 가져온 ‘노트북’을 들고 나오려다 발각됐다는 것. 당초, 사건은 외교문제 등을 이유로 당국이 불문에 붙일 것을 제안했지만,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특사단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불거지게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건의 전모와 배경, 그리고 파장을 종합해 본다.

 


 

국가의 핵심 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최근 정국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국정원은 얼마 전, 군수(軍需)와 관련된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국내 방한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의 숙소에 무단으로 침입해 이들이 소지했던 것으로 알져진 노트북을 빼내려다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국정원, 세일즈까지 하려 했나?

 

외교사절단으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은 특사단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이번 사건은,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과 국내 최대 정보기관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기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칫 사건이 축소, 또는 은폐 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정원은 사실상 창설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사건이 있던 날, 외교 분쟁을 우려한 국정원 측이 사건을 불문에 붙이기를 제안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만큼, 파장의 강도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연평 도발 등, 대북 관계가 롤러코스트처럼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도 이렇다하게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국정원이 전혀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다는 점도 이번 사태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사건을 접한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은 ‘일을 벌인’ 국정원의 대응에 심각한 오점이 있다고 분석해 더할 나위 없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와의 외교적 갈등이다. 이번에 방한한 특사단이 민간 사절단이거나, 혹은 국내 특정 단체(정치 단체 포함)의 초청을 받은, 순방단이라면 몰라도 외국의 최고 통수권자의 ‘특명’을 받은 특사단이라는 점, ‘일을 당한’ 상대국의 입장에선 자존심을 넘어 극심한 반발이 자명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교적 관례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일 다시말해, ‘주인이 손님의 봇짐을 함부로 뒤진 꼴’이 됐다”며 “사태가 알려진 뒤 국정원에 대한 ‘어설픈 첩보전’이라는 비아냥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 경찰 조사를 거쳐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물밑 활동이 생명인 첩보의 세계에서 국정원의 이번 실수는 치명적 오점으로 남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일각의 시각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유는 또 있다. 정보 당국의 활동이 분쟁을 초래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의 활동은 종종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어설픈 한건주의가 망신 자초

 

급기야 일이 터진 것은 지난해, 현재는 반정부 소요가 확대되면서 무정부 상태에 놓이게 된 리비아에서다. 지난해 7월,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정보 활동을 벌이던 국정원 직원이 리비아 당국에 의해 ‘간첩 혐의’를 받아 추방되는 일이 있었다.

 

소요 이전의 리비아가 제2의 중동특수라 불릴 정도로 우리 기업엔 톡톡한 수입원이었던 점을 감안, 당시 국정원의 활동에도 이런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사태를 바라본 리비아 당국의 시각은 우리와는 크게 달라던 것. 리비아 정부의 단호한 입장에 국가의 체면은 곤두박칠 쳤다.

 

당시 정부는 여러 외교적 채널을 동원해 리비아 정부의 ‘노여움’을 풀어보려 애썼지만 수포로 돌아갔고, 사태 해결의 전면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현지로 급파되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때 이 의원 등 사절단은 리비아 정부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사건이 정국에 커다란 충격을 던지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가의 안보는 당연하고, 때에 따라서는 정보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기관의 몫이라는 점에서 최근 국정원의 국내외적 실수는 그냥 지나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최근 보여진 국정원의 이러한 모습에서 정보 기관의 의무와 책임 은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촉구했다.

 

더욱, 이번 사건의 중심에 국정원이 무기 수출과 관련, 소위 ‘한건주의’을 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도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등 일부에서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국정원장의 무리수가 낳은 불행”이라며, “비록 사건이 무마된다해도, 파장은 그리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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