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옛 전략기획실 형태의 그룹 통할 조직인 컨트롤타워를 부활하고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들어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미래 빠른 변화에 대한 젊은 조직을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으나 삼성 측에서는 이에 대한 확대 해석을 아직까지는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르면 12월 중순 연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17일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 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이 부사장을 승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용 부사장을 승진시키기로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예"라고만 대답했으나 이후 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 소문은 거의 확실시되었고 빠른 시기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말 세대교체형 대규모 인사 예고

 

이 회장은 그에 앞서 광저우로 출국하는 길에도 "연말 인사 폭을 될 수 있는 대로 넓게 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10월 멕시코 출장을 전후해서도 '젊은 리더론'과 '젊은 조직론'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말 세대교체형 대규모 인사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오후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도 긴급브리핑을 통해 이 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후 "21세기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 변화에 대비해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그룹 조직을 다시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사장이 2001년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한 뒤 2003년 상무, 2007년 1월 전무, 2009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사장 승진이 확정시되고 대규모 인사변화가 예고되자, 일각에서는 이를 '삼성 이재용 체제'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번 인사의 중심은 자신이 아니고 여전히 삼성의 중심은 이건희 회장이라는 것이 이 부사장이 강조한 부분이다.

 
그러나 사장 승진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듯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면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더 열심히, 더 겸손히, 더 지혜롭게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트롤타워의 부활, 그 의미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선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며 그룹조직 복원을 지시했다"는 말도 전했다.

 
이로써 이번에 새롭게 부활하게 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조직명 미확정)는 지난 2008년 7월 공식 해체됐던 전략기획실 형태로, 그보다는 조직 성격이 좀 더 확대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과 인사, 브랜드관리, 투자조정 등 3개 위원회의 역할을 합쳐 조직 의사결정에 효율성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삼성 한 관계자는 "그룹 컨트롤타워는 군림하는 게 아니라 유쾌·상쾌·통쾌의 3쾌(快)를 확산시키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설되는 그룹 조직은 그룹 차원에서 21세기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그룹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된다.

 
컨트롤타워를 꾸려 나갈 책임자로는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이 임명됐다. 김순택 부회장은 그 동안 삼성 SDI의 CEO로서 현장 경험과 유기발광 다이오드, 2차 전지 등 신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웠으며, 올해부터는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단장으로서 그룹의 미래 사업을 준비해 온 삼성 핵심인사 중 한 명이다.

 
한편 이재용 체제에 대한 관심은 삼성 컨트롤타워의 부활로 더 높아지고 있다. 이 조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체제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컨트롤타워의 부활과 함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은 삼성카드 고문으로 가는 등 과거 전략기획실의 오래된 팀장급 임원들이 일선에서 퇴진된 것에 대해서도 삼성 측이 밝힌 대로 '문책성 인사'라기 보다는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과 함께 이어질 3세 경영체제를 대비해 원로 인사들을 현재 경영이 어려운 삼성카드, 물산에 투입, 이 부사장을 보필하게 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 건설부문 고문으로 가게 된 삼성물산은,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를 하고 있는 계열사이며, 김인주 상담역이 새롭게 고문으로 자리하는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25.6%나 보유하고 있는, 삼성 지배구조에 있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다.

 
삼성 측은 또 다른 해석을 경계하며 "이학수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을 이끄셨던 분이기 때문에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구조본, 전략기획실이지만, 형태적으로는 복원이라도 새로 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일부 언론이 지적했듯 부정적인 이미지, 부정적인 관행 이런 것들을 씻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조직 새 역할

 

새 컨트롤타워 사령탑이 된 김순택 삼성 부회장은 "새로운 그룹 조직은 신수종·신사업 중심으로 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컨트롤타워는 기획과 재무 중심으로 홍보, 인사까지 아울렀던 과거 전략기획실이나 구조조정본부와는 달리, 신사업 발굴.육성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편으로는 새 컨트롤타워와 이재용 부사장 그리고 계열사 CEO로 이어지는 새로운 삼각편대가 앞으로 삼성의 주요 신사업들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젊은 조직'으로 변화를 준비하는 삼성이 연말 더 많은 파격적 승진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최근 부장에서 임원을 승진하는 데 필요한 직급 체류 연한 5년을 3년으로 줄이고,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7년에서 6년으로 줄이는 등 각 승진연한을 과감하게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도 삼성전자는 임원 60%에 해당하는 이들이 1960년대 태생의 40대 이공계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새로운 변화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인사 변화와 함께 새 조직 짜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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