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관검색어로 살펴보는 재벌가 오너 이야기

▲ 인터넷 상에 화제가 된 배우 신민아와 이건희 회장의 닮은꼴 사진
재벌가 오너들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를 살펴보면 대중이 느끼는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궁금증이 무엇인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대중은 대기업 회장님의 비밀스런 가계도와 호화스런 취미생활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들의 경쟁자 내지 협력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깊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아울러 대중은 최근 오너 주변에서 일어나는 갖갖이 사건들과 관련 이들 사건들을 쉽사리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십조원이 넘는 자산 가치에 천문학적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이를 이끄는 오너들 역시 매년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부 오너들의 경우 배당으로만 수백억원을 챙기고 있는 것은 물론, 주가 흐름에 따라 자산이 몇 배씩 증가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오너 개개인이 국내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형국으로, 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마치 유명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쫒듯 날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재벌 오너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서비스를 살펴보면, 최근 대중들이 대기업 오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9월 5일 기준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재된 유명 그룹 오너들의 연관검색어를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재벌가 수장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는 일단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가계도에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피보다 돈이 더 중요해 보이는 오너가의 파란만장한 집안 이야기에 대중이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중은 오너가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에도 비상을 관심을 보였다. 시시때때도 터져 나오는 재벌가 자제들의 스캔들이나 황당한 사고 소식에 겉으로는 혀를 내차면서도 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중은 한번 터진 사건들의 경우 시간이 오래 지나도 쉽사리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뿐 아니라 대중은 재계에 파다한 황당한 소문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사실 오너들과 관련된 소문 대부분은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지만, 대중들은 이와는 상관없이 재벌가 회장님이라면 가능할 소문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일부 재계 인사들의 경우 유별난 취미생활이나 언행들이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가계도에 열광하는 대중

이건희 회장의 인터넷 연관검색어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그의 아버지이자 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회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이름이다. 이들은 세속경영을 펼치고 있는 삼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대중 역시 삼성의 3대 경영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연관검색어에는 최근 들어 활발한 경영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얼마 전 재혼한 조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의 이름이 올랐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장의 연관검색어 목록에 아내인 홍라희 여사나 큰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이 목록에는 지난 2005년 미국 유학생활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막내딸이 올라 있었는데, 이는 세간에 떠돌고 있는 그녀의 죽음과 관련된 풀리지 않는 루머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회장이 워낙 대가족을 꾸린 탓인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연관검색어 목록에는 그 누구보다 범현대가 주변의 친·인척 이름이 많이 보였다. 정몽근·정몽헌·정몽준·정몽일 등 손아래 형제들은 물론 막내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나 조카 정대선 대표 등의 이름까지 연관검색어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이 목록에는 정의선 부회장 등 그룹 내 일부 3세 경영인들의 이름도 보였으며, 현대건설 인수전 이후 사이가 급격하게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카 정지이 전무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대외적인 활동을 되도록 자제하는 스타일의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정몽구 회장과 비슷하게 연관검색어 목록은 수많은 친·인척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정·재계를 아우르는 혼맥으로 유명한 구씨임을 감안해 보면 특이하다고 여겨질 만한 부분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구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그리고 그의 양아들이자 차기 LG가의 후계자로 불리는 구광모 LG전자 차장이다. 또한 구 회장의 연관검색어 목록에는 그룹경영권을 이어받진 못해도 지분은 어느 정도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그의 딸도 올라 있어 관심을 끌었다.

전경련 회장으로 선출되기 전까진 구본무 회장과 비슷한 경영스타일을 고수해 온 허창수 GS그룹 회장 역시 전경련 관련 검색어를 제외하면 연관검색어가 거의 대부분 허씨 일가였다. 또한 평생을 의사로 지내오다 지난 2009년 갑작스레 그룹 수장직에 오른 박용현 두산 회장의 경우도 박두병 초대회장을 비롯한 친·인척들이 연관검색어의 대부분이었다.

반면 1960년생으로 다른 대기업 총수들에 비해 젊은 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직 가계도에 대한 관심이 다른 오너들에 비해 적은 편으로 그룹 창업주이자 큰아버지인 최종건 회장의 이름만이 유일하게 연관검색어 목록에 올라 있었다.  

경쟁·협력관계에 대한 관심

대중은 재벌가 오너사이의 경쟁 내지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재계에서 위치나 서열 내지 사업상 경쟁관계 있는 오너들끼리 연관검색어에 자주 등장한 것.

우선 이건희 회장의 연관검색어에는 현대그룹의 전성기를 이끈 정주영 명예회장은 물론 현 재계 라이벌로 불리는 정몽구 회장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또한 이 회장은 국내 제일의 갑부라는 타이틀을 가진 덕분인지 세계적 거부이자 IT업계의 선두주자인 빌게이츠의 이름도 연관검색어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의 경우 이건희 회장 이름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나, 여타 그룹의 오너 이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의 경우 재계 서열 3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최태원 회장의 이름과 전자업계 라이벌인 이건희 회장 등 라이벌들의 이름이 명단에 있었으며,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허창수 회장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태원 회장의 연관검색어 명단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오너들 보다는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재벌가 자제들의 이름이 많이 거론됐다. 조현상 효성그룹 전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이름이 목록에 포함돼 있었던 것.  

개인적인 일에도 관심 집중

대기업 오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이들의 외형에서부터 취미생활 그리고 각종 스캔들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었다.

이와 관련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오너가 연관검색어는 단연 이건희 회장과 인기여배우 신민아 조합이다. 둘의 관계는 사실 별다른 연관성을 찾기 힘든데 최근 이 둘의 얼굴이 의외로 닮은꼴이라고 알려지며 연관검색어로 묶인 것이다. 실제 최근 신민아가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사진은 눈이 큰 이건희 회장과 상당히 닮은 구석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워낙 막대한 개인재산을 보유한 만큼 이와 관련된 검색어도 상당했다. 특히 이 회장이 오래전부터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탓에 그가 보유 중인 고가의 자동차들이 항상 연관검색어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최근 밝힌 5000억원 기부가 화제가 되며, 5000억원 기부가 연관검색어 목록에도 포함됐다. 더구나 그의 기부는 앞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을 제외한 범현대가에서 5000억원 기부금 조성 소식 다음에 나온 통 큰 결정이라 대중의 막대한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연관검색어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조합들이 여럿 보였다. 일단 PM5340이란 영문숫자조합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최근 최 회장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선물투자와 관련 한 거래사이트의 최 회장 아이디로 알려졌다. 또한 최 회장의 연관검색어에는 야구관련 검색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가 최태원 기아타이거즈 코치와 동명이인인 것은 물론 그 스스로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구단주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최태원 회장 연관검색어에는 최태원 폭행이란 단어도 눈에 띄는데, 이는 최 회장의 폭행사건이 아닌 그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노동자 폭행사건 때문이다.

고령의 신격호 회장이 아직 건재한 롯데그룹의 경우 신격호·신동빈 회장의 연관검색어에 가계도는 물론 신격호 회장의 아내들 이름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에 건너가 부를 축적한 신 회장이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아내를 두었으며, 묘령의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 또한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시게미쓰 하츠코씨와 신격호 회장의 베아트리체라 불린 서미경씨가 그 주인공으로, 신 회장과 서미경씨 사이 자녀로 알려진 신유미씨도 신 회장의 연관검색어에 들어가 있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우 연관검색어에 보복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 보여준 과잉부정이 세간에서는 아직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탓인지 김승연 회장의 연관검색어 목록에는 그의 아들들에 대한 항목이 특히 많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외삼촌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연관검색어가 전 부인인 고현정씨 내지 최근 재혼한 한지희씨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의 연관검색어에는 그의 다리부상 내지 소아마비 의혹이 올라 있지만 있는 확인되지 않는 루머로 보인다.

사업적인 요소가 오너의 연관검색어 목록에 올라 있는 경우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강덕수 STX회장이다. 강 회장은 최근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 중인데, 이와 관련된 연관검색어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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