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을 대표하는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최근 고객을 상대로 한 의류매장 직원의 사기 행각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부산 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내 의류매장에서 일하던 직원A씨는, 몇 차례에 걸쳐 손님들의 카드로 제품구입과 상관없이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무단으로 결제했다. 단골손님들에게서 현금을 받고 제품을 판매한 뒤, 그 현금을 자신이 챙기고, 다른 손님들의 카드로 그 돈을 메우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식으로 A씨가 챙긴 돈만 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 고객 수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다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적절한 해결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품을 판매하고 받은 현금을 빼돌리고 손님들의 카드를 무단결제하는 식으로 재고를 맞춘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입점해 있는 여성의류 브랜드 브루다문의 매니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다문 소속이면서도 롯데백화점 내 매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롯데백화점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당초 피해사실을 인지한 고객이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당연한 수순으로 롯데백화점과 브루다문 측에 책임을 물었지만, 양쪽 다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피해보상을 제대로 해주려 하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에 화가 난 고객이 한 언론에 제보를 하면서 논란이 확산됐고, 뒤늦게 브루다문 측은 피해보상을 약속하며 피의자 A씨를 경찰에 신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포인트 준다길래
믿고 카드 줬더니

 

경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현재 드러난 피해 고객 수만 30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브루다문의 단골 고객이라 매니저 A씨를 잘 알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있다가 피해를 당한 것이다. 게다가 '롯데백화점'이라는 이름 아래 판매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더 믿었던 고객들이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결국 1000만원이 넘는 엉뚱한 카드값으로 돌아왔고, 롯데백화점과 브루다문 직원 A씨를 믿고 아무렇지도 않게 카드를 건네줬던 고객들은 황당함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포인트를 적립해준다며 전화로 매장으로 불러내 카드를 건네 받고는, 몰래 1500만원씩 수차례 결제했다. 결제 시 문자가 바로 오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고객들은 바로 따로 확인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카드로 거액의 결제가 진행된 것을 몰랐던 것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지난 10월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의 의류매장 브루다문 매니저 A씨로부터 과거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 포인트를 적립해 주겠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브루다문을 애용해 매니저 A씨도 잘 알고 있던 이씨는 직접 브루다문 매장을 찾았고, 포인트 적립을 위해 A씨가 신용카드를 요구하자 아무 의심 없이 카드를 건넸다. 평소에도 매장에서 제품을 사고 매니저에게 카드를 건네면, 백화점 내 지정된 장소에서 결제를 하고 와 영수증을 줬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이씨는 A씨가 지정된 장소에 가서 카드에 포인트 적립을 해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던 중 브루다문 매장 이름으로 세 차례에 걸쳐 총 1500만원이나 결제돼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씨는 A씨가 포인트 적립을 핑계로 자신의 카드를 가져갔을 때 그러한 짓을 저질렀다고 보고 A씨에게 자초지종을 따지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A씨는 사퇴를 하고 잠적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 공식적 책임 없다?

 

이씨는 곧바로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측에 해당 사건을 알리고 답변을 기다렸다. 브루다문 매장이 백화점 내에 입점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롯데백화점이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에서 돌아 온 답변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 롯데 측에서 전해 온 대답이었다. 브루다문 본사도 백화점 측의 책임만을 거론하며 자신들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이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29명에 달하며 피해금액만 3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한 언론에 제보하면서 논란의 확산을 우려한 브루다문 본사가 뒤늦게 진압에 나선 것이다.

 
브루다문 측은 피해자들의 피해액을 책임져주기로 하고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가 롯데백화점 내 매장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카드 사기를 저지르고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 것은 지난 9월에서10월 말까지. 피해액은 고객 한 명당 최고 5000만원까지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A씨는 자신이 사기 사건과 관련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은 브루다문 측과 롯데백화점 측이 어떻게 두 달여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모를 수가 있었냐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현재 대부분의 백화점 결제가 PDA(간편하게 전자결제를 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 시스템을 통해 각 브랜드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백화점 측에서는 각 매장의 전표를 받아보는 시스템이라 미리 확인이 어려웠다고 설명하고 있다.

 
A씨가 자신이 빼돌려 비는 돈을 고객들의 카드 결제를 통해 메워놓는 식으로 판매가와 재고를 맞춰놓아, 숫자만으로 이를 알아채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루다문의 제품 판매가는 보통 70~80만원 정도로, 갑자기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카드결제가 늘었다면 매장 전체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백화점 측에서 한 번쯤 이를 의심하고 확인해봤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게다가 어쨌든 고객들은 롯데백화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셈이고, 카드전표에도 '롯데백화점'이 찍혀있는 만큼 이번 사건에서 롯데백화점이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도의적 책임? 대책은?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 피해 보상 등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몰랐다"고만 말하고 있어, 다음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시인한 셈이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관계자는 "카드사와 협의를 통해 고객들의 카드 결제일을 6개월 정도 연장하는 최종 합의안이 완료됐다"며 "고객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객들은 롯데백화점의 네임 밸류를 믿고 백화점 내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인데도, 매장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매장 쪽에만 후속 조치를 떠넘기며 손을 떼는 것은 너무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한다. '언제나 고객과 함께'라면서 진실하고 정직한 고객서비스를 약속했던 롯데백화점이 고객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과 같다는 것이다.

 
피해자 보상 문제는 경찰조사가 아직까지 진행 중이고, 브루다문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장의 처리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다소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세간에 알려질 경우 추가 피해자가 나타날 것과 롯데백화점의 직원관리 및 결제시스템의 문제 등 기업 신뢰도에 영향이 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미 롯데백화점은 어느 정도 고객 신뢰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국내 백화점업계 1위인 곳에서 고객 카드를 함부로 결제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에 고객들은 실망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8년까지 글로벌 10위를 넘어 세계 최고 백화점이 될 것을 지향하며 사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속해 있는 롯데쇼핑(주)은 지난 해 11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며 중국과 동남아 시장으로의 진출에 이어 브릭스 고객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는 경비업무를 담당하던 비정규직 용역업체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되어 복직투쟁 농성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롯데백화점 측이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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