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개선 명목으로 동부한농을 매각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선택권은 배제한 체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동부한농의 지분을 김준기 회장일가가 다수 확보하고, 사실상 지배권도 독점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12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동부한농 지분 전량(5000만주, 78.32%)을 김준기 회장의 가족과 계열사, 재무적 투자자에게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물적분할 후에 외부에 매각한 것이 되면서 동부하이텍의 주주들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고, 주주들 의사와 상관없이 동부한농이 지배주주 일가에 넘어가는 셈이 됐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동부하이텍은 동부한농 매각 당시 지분매각대금 3,525억원은 전액 동부하이텍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라며 동부한농 매각이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재무구조개선은 명목이었을 뿐, 그 명목으로 다른 목적도 숨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여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서는 이와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며 "동무하이텍이 동부한농 주식 매각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함으로써 동부하이텍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면 이번 동부하이텍의 결정으로 동부하이텍은 동부한농을 완전히 잃게 되고 사실상 김준기 회장 일가가 지배권을 독점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에 선택권 안줬다?

 

동부한농은 동부하이텍이 2010년 6월 농업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동부하이텍이 지분 100%를 보유했었다. 이후 8월 동부한농은 동부케미칼을 흡수합병했고 이 과정에서 동부케미칼을 100% 보유하고 있던 동부CNI(구, 동부정밀화학)는 합병대가로 동부한농의 지분 21.68%를 취득했다.
이번에 동부한농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 곳은 동부인베스트먼트(250억, 5.5%)와 동부CNI(370억, 8.22%) 등 관계사와 김준기 회장의 아들 김남호 씨(150억, 3.3%), 김주원 씨(55억(1.2%) 그리고 하나은행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를 비롯한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인수하게 된 지분은 총 60%이며 나머지 40%는 모두 동부 측 지분이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준기 회장이 동부하이텍 구조조정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개인회사로 주주가 김준기 회장 한 사람이며, 동부CNI는 상장회사지만 김 회장의 아들 김남호 씨가 최대주주로, 지배주주 일가가 42.34%를 보유한 그룹 지배권의 핵심 계열사이다.

 

이미 동부한농 지분 21.68%를 지니고 있던 동부CNI는 이번 매각으로 8.22%를 더 인수해 총 29.90%를 보유하게 됐고, 이것이 합쳐져 동부 측 총지분이 40%가 된 것.

 
따라서 재무적 투자자들은 지배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동부한농 매각으로 김준기 회장 일가가 지배권을 독점하게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동부하이텍의 동부한농 매각 결정으로 2007년 동부하이텍과 합병한 동부한농이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개선에 이용된 후 다른 주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배주주 일가에게 사실상 넘어가는 셈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부그룹 측은 김준기 회장이 아닌 동부CNI가 최대주주가 되고 동부CNI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설립 작업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재무적 투자회사에 지분 60%를 매각하기 때문에 회장 일가가 아니라 외부에 매각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주주들의 선택권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부한농이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주주가 없다"면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적분할해 100% 동부하이텍의 자회사로 만들었었기 때문에 동부하이텍의 주주들과는 상관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적분할을 하면 주주들에게도 신규회사의 주식이 각자 지분율대로 분배되지만 물적분할을 해 100% 자회사로 만들어 놓고 외부에 지분을 매각해 기존 주주들에게 선택권이 없고 지배주주에게만 혜택이 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오너일가, 동부한농 통한
사적 이익 기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는 2007년 당시 동부하이텍과 구, 동부한농의 합병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했지만 사실상 저평가된 시가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가격은 구, 동부한농 주주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며, 또한 이번 2010년 동부한농의 분할 시에도 물적분할을 선택함으로써 역시 주주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7년 합병 당시 동부한농은 수익이 좋은 회사였는데, 동부하이텍이 반도체 사업 적자로 어려워해 합병을 하게 되면서 농약.비료 회사와 반도체 회사의 말도 안 되는 합병에 동부한농 주주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증권업계 관계자의 전언도 있었다.

 
한편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사업부문의 적자를 농업사업부문의 흑자로 메워왔으며, 앞으로도 동부한농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동부한농의 장기채 신용등급은 'BBB+'이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수 위주의 농약시장에서 동부한농은 25% 안팎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농약 원제 생산과 완제업을 주로 하는 동부케미칼을 합병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이 3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또, 동부한농은 중장기적 성장이 전망되는 국제곡물시장을 배후로 삼는 비료부문 사업도 펼치고 있어,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기에 동부하이텍이 자회사인 동부한농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거나 상장 후 매각하였다면, 이번 김준기 회장 일가 및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보다 이익이 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다 사정이 있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의해 매각 결정이 났으며, 모든 것은 판단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계속해서 "지배주주인 김준기 회장은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개선 명목으로 동부한농을 매각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선택권은 배제한 체,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동부한농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동부한농은 비상장회사이므로 주식평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동부하이텍이 공시한 주식평가보고서에 의하면, 현금흐름할인법으로 주식을 평가하고 있으나, 유사업종의 상장회사의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주식평가액이 저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부하이텍 측은 평가기관 등을 거쳐서 제대로 검증을 받고 공식적인 평가에 의해 처리됐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동부하이텍 측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추측할 수 없다며 동부한농의 상장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무적 투자자가 약 60%의 지분을 매입하였으므로 일반적으로 재무적투자자의 투자회수를 위하여 수년 내에 동부한농이 상장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만일 상장이 되면 김준기 회장 일가는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았던 자금을 회수하고 상당한 상장차익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측은 전망했다. 동부하이텍 측은 이러한 분석들에 대해 '억측'이라고 크게 반발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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