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과는 다른 말이 들린다. 당초 의혹과도 조금은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전격 귀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은 최근 한 전 청장의 그간 의혹에 대해 칼을 꺼내들었다. 한 전 청장이 가진 의혹은 개인 비리와 권력형  비리를 포함 모두 4가지다.


그런데 수사 초기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엉뚱한 방향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국정조사를 발동할 기세다. 검찰이 그의 비리 의혹 중 정권 실세가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은 그대로 두고, 개인 비리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아울러, 입국 초기부터 불거졌던 한 전 청장의 이른바 ‘기획입국설’이 정가에 파다하다. 정권이 레임덕이 본격화하기 전, 그간의 의혹을 밝혀 부담을 덜겠다는 뜻으로 그의 입국과 조사를 묵인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상률 전 청정에 대한 검찰 조사를 토대로 정가에 나돌아온 기획입국설의 실체를 드려다본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연루된 이른바 ‘그림 로비’와 관련, 검찰이 서미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 했지만, 수사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특히 정가에서도 소위 ‘정보통’으로 알려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번 검찰의 수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의 입국, 당국도 몰랐을까?>
그는 최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한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나오고 있다. 검찰이 상당히 ‘흡족한’ 방향으로 정리하려 한다”며 “한 전 청장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 그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 수차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나아가, 한 전 청장이 대통령에 (세무조사 결과를) 직보한 직후 청와대 내에서 드러난 이상 기류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의혹이 여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한 전 청장이 개입된 여러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등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일면 한 전 청장이 정치권에서도 수년째 의혹의 중심 인물이었던 점을 들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가에는 그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설’들이 전해지면서 수사 방향이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부분, 차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이번 한상률 전 청장의 입국이 비교적 갑작스레 이뤄진 점과 박연차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이라는 이유를 들어, 모종의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그 의혹 중심에 일부 여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말이 전해진 바도 있어, 그의 입국 배경이 ‘사전 조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상황에서 한 전 청장의 뒤를 이어 이번엔 지난 대선 기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BBK 주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도 전격 귀국,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가뜩이나 의혹이 부풀어 오른 마당에, 의혹의 열쇠를 쥔 것으로 알려져 온 두 사람의 시간차 동반(?) 입국은 정가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던 것. 여기서 제기된 의혹이 바로 ‘기획입국설’이다.

민주당과 함께 야권에서 한축을 이루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이번 한 전 청장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날선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을 독려한 바 있다.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귀국요청을 거부하다 2년 만에 슬그머니 귀국한 이유부터가 의문투성이”라며 “미국으로의 ‘기획출국설’이 이번에는 ‘기획입국설’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더욱 그는 “또다시 이해할 수도 없는 개인 비리차원으로 몰거나 꼬리 자르기식으로 수사를 마무리 할 경우 정치검찰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선진당의 지적처럼 실제로 이번 수사에 대해 정가에서는 한 전 청장의 입국과 관련해 여전히 커다란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가, 미국으로 급거 출국하던 시기가 지난 2009년 3월로 검찰이 박연차 전 회장에 대한 수사와 아울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쯤이라는 것.

검찰이 중점적으로 파해치고 있는 그의 로비 의혹이 부분적으로 이후, 행보와 적지 않은 연관성을 가진 만큼, 그의 갑작스런 출국은 세간의 의혹에 불을 붙이는 효과를 가져 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림로비, 연임로비 등이 개인 비리라고는 해도 유임된 이후 자리를 박차고 미국으로 날아간 연유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그의 출국이 그 후 정가에 몰아친 소위 ‘박연차 한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지는 대목. 민주당이 한 전 청장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정이 그렇다고 해도, 이는 수사가 더 진행돼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꼬리를 문 의혹이 그 몸통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이냐다. 현재까지 한 전 청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4가지다.

하나는 그림로비 의혹으로 ‘학동마을’을 전대 전군표 전 청장에 상납했느냐다. 최근 검찰의 주된 관심사도 바로, 이 사건이라는 시각이다. 한 전문가는 “그림로비는 개인 혐의에 불과하다”면서 “한 전 청장이 구속 등 사법처리 될 경우, 개인 비리 혐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귓띰이다.

수사가 시작될 당시,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일각의 우려와 함께, 최근 민주당이 정색하며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이유도 사실상 이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한 전 청장을 둘러싼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검찰 수사가 한창인 그림로비 의혹 외에도, 청장 연임 로비 의혹도 받고 있다.

 

<“레임덕 전에 털고 가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는 지점도 여기부터다. 그의 연임 로비 대상이 여권의 핵심 인사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2008년 전격적으로 단행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배경에 여권 실세가 개입됐다는 주장을 줄곧 펴 왔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시였다는 주장이 야권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자칫, 정국에 파장을 부를 도곡동 땅 실소유자가 누구냐에 대해서도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이는 이미 구속된 안원구 전 국장의 진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이처럼 한 전 청장의 입국은 정권 핵심부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로 예민한 사안으로 꼽혀 왔다. 검찰의 수사 향배에 따라서는 정가에 ‘사전 조율’ 내지는 ‘기획입국설’이 증폭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검찰의 부인도 만만치 않다. 사전에 연락하거나 조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귀남 법무장관도 대정부 질의를 통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했다. 검찰 측 입장도 마찬가지다.

반면, 당국의 이런 입장이 오히려 더 미심쩍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전 청장이 엄연히 여러 의혹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인데도, 정작 사정 당국이 그의 신병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각의 관측에 따르면, 한 전 청장의 입국이 갑작스레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관계 당국의 ‘모르쇠’ 일관에 의문부호는 커지기만 한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한 전 청장의 입국 계획은 이미 한달여 전부터 있어왔다”며 항공권 예매 시기가 1월 중순경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또, 검찰 수사를 우려한 한 전 청장이 입국 전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도 사전 준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올해 초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온, 원세훈 국정원장의 행적도 문제삼으며, 사실상의 ‘기획입국설’을 강하게 제기했다.

 

<입국, 예고됐었다>
한 전 청장의 입국전 행보와 당국자들의 ‘모르쇠’ 일관 외에, 그의 입국이 다소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같은 시기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 BBK 사건의 주역인 에리카 김의 귀국이다.

이에 대한 정가의 분석은 비교적, 공통적이다. 한 전 청장이 야권이 주장한 것처럼 ‘도곡동 땅 실소유자’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것과 함께 에리카 김 역시, BBK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로운 것은 실체를 떠나, 모두 이 대통령과 관련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두 사람의 입국에 대해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반문하면서도 “매를 나눠서 맞으려는 것인가?”라고 뼈있는 눈길을 보냈다. 실제 박 대변인은 “그림로비 의혹과 태광실업 특별 세무조사 배경, 국세청장 연임 로비 의혹과 함께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한 자

료은폐 의혹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지적처럼, 정가에서는 이번 한 전 청장의 입국과 수사가 이 대통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더욱, “시기적으로 아직 현 정권의 레임덕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내년 양대 선거에 앞서 부담을 덜자는 계산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따라서 세간에 떠도는 의혹처럼, 수사가 여권으로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정권의 임기가 아직 2년 남짓 남아있어 검찰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획입국설이 제기된 핵심적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 따라 정국엔 크고 작은 사정 한파가 불어닥칠 위험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말도 나오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가의 시선은 당분간 검찰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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