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했다. 이어 실무기구인 선거대책본부만 두고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했고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사무총장도 직을 내려놨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두 달만, 선거대책위를 꾸린 지 불과 한 달 만의 일이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의 일이기도 하다.

윤 후보와 선대위, 이준석 당 대표 간 잇따른 불협화음에 따른 비상 처방이다. 지지율 하락, 내부 갈등, 전략 부재 등의 악재를 딛고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윤 후보가 "모든 것은 후보 책임이다", "2030에 실망 안긴 행보를 반성한다"며 낮은 자세를 취한 것은 여론을 제대로 본 것이다. 하지만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주겠다"면서도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 무엇으로 변화의 내용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현 시국에 대해 정확한 상황판단 및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현 상황의 가장 중요한 실책은 윤 후보 본인의 정치적 리더십 부재다. 윤 후보는 지난 연말 이후 잇단 말실수와 가족 논란, 당내 자중지란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했다.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은 후보 본인의 정치적 리더십 부족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윤 후보는 아내의 허위 경력 논란이 제기됐을 때 빨리 사과하라는 주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시간을 끌었다. 12일이 지나서야 김건희씨가 공식 사과했지만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였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섰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이 아니었다.

둘째, 윤 후보는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하게 경청하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윤 후보가 주변의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쓴소리를 하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결별은 윤 후보한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공정과 상식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과연 수권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만들었다. 과연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지는 상황을 두고 볼 일이다. 2030에 실망을 준 것에 반성했을지언정 외연 확장을 위한 전략과 비전 제시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직한 공약 발굴과 정책 대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당내 여러 복잡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권교체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당내 사퇴 압박에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힌 이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경선에서 경쟁한 홍준표 의원·유승민 전 의원과 선대위 합류에 전력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운영의 비전과 가치를 분명히 정리하고 제시해야 한다. 어떤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방향 설정없이 정권교체의 당위성만 주장해서는 유권자를 설득할 수 없다.

정권교체 여론은 여전히 과반이 넘는다. 그 주역이 윤 후보가 될지 아닐지는 본인 하기에 달렸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 다짐이 얼마나 국민들 피부에 와닿을지 모르겠다. 초심으로 돌아가되 선택은 국민에게 맡길 일이다.

선거는 2등이 없다. 패배하면 끝이다. 무릎을 꿇어서라도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승리를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검사의 자세는 모두 떨쳐 버리고, 선출직을 위한 평범한 예비후보자로서 정성을 다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후보가 변모해야 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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