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짜리 신발에 또 수백짜리 패딩. 21세기 계급은 반으로 딱 나눠져. 있는 자와 없는 자. 신은 자와 없는 자. 입은 자와 벗는 자. 또 기를 써서 얻는 자."

2014년 방탄소년단(BTS)이 발표한 '등골브레이커' 가사 중 일부다. 부모님 등골을 빼먹을 만큼 비싼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은 등골브레이커.

10년 전 노스페이스의 패딩은 당시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너도나도 사야만 하는 아이템이 됐다. 20~30만원대의 가격에도 불구 제2의 교복으로 불릴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그 인기가 사그러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년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스페이스로 대표되던 등골브레이커는 최근 그 주체가 '명품'으로 옮겨붙었다. 시즌 인기 아이템은 매번 바뀌지만 누구나 알만한 명품 브랜드라는 점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브랜드들은 이 같은 현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0대 사이에서 유행한 브랜드는 하락세를 걷는다'는 말 때문이다.

혹시 '일진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어른들에게도 비싼 고가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휘감고 있는 10대 불량 청소년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명품에 관심없는 이들에게도 당장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을 정도다. 과거 수십짜리 패딩은 진화해 지금의 일진룩이 됐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여기에 언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형선고'와 같다. 이들의 구매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 상승 효과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라는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선망보다는 허세와 과시로 점철돼있다는 점도 가치 하락에 한몫한다. 노스페이스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건 바로 이 같은 '속물 효과'에서 기인한다.

속물 효과란 특정 상품을 다수가 구입하면 제품의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소비현상으로, 희귀하고 값비싼 제품을 보면 오히려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에서 비롯된 용어다. 명품이 지향하는 '희소성'의 가치와는 정반대되는 개념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세계 7위로, 약 17조원 규모다. 매장 문이 열리면 바로 달려가는 '오픈런'부터 샤넬과 재테크를 합친 '샤테크' 등 명품 관련 신조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브랜드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단순한 매출액만으로는 명품의 희소성이 보장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MZ세대가 명품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 역시 이들에게는 고민거리다. 명품이 추구하는 전통과 가치보다는 '과시'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이어진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루이 비통 코리아는 지난해 가격 인상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가격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상품은 기본적으로 사치재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질수록 희소성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무릇 인간이란 존재는 소유하기 어렵게 만들수록 더욱 소유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가격 인상 전략은 희소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소위 있는 사람들이 1000만원대에 육박하는 샤넬백을 넘어 더 비싼 '하이엔드 브랜드'에 눈독 들이고 있는 이유다.

국내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가격을 자주 인상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시장보다 횟수가 잦고, 가격 인상폭도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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