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기자]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여론은 찬성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다. 그동안 기업들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미 극에 달한 상황이다.

후진국형 인재 사고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사고는 대기업이 치고, 위기는 중소기업이 맞이한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시 대기업은 그나마 대응이 되겠지만,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이라는 것이 경영계의 중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순적인 부분에 대해 큰소리를 낼 수 없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 1년 이내 3명 이상 급성중독 등 피해가 작업장에서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50인 이상 사업장이 우선 적용된다.

대기업들은 안전보건 및 환경분야 관리 체계를 담당할 조직을 설치하고, 담당 인력을 충원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기업들은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해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사업주를 대신해 이른바 '총알받이'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전문인력 및 안전보건시설 확충에 있어서 비용적으로 어려움이 존재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바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일단 기소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입증해 무죄가 나온다고 해도 재판 과정에서의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다. 즉, 사업장 존폐와 직결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의 자급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당장 3월에 도래하는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 만료를 앞두고 파산을 고려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 중으로, 6개월씩 총 세 차례 연기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지원 총액은 272조2000억원이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정부에는 시설개선과 전문인력 채용에 대한 비용 지원 ▲국회에는 고의나 중과실 없는 경우 면책 가능한 조항 신설 ▲근로자들에게는 안전수칙 준수 등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중소기업계의 요구는 결국 법을 지키겠다는 것이 밑바탕에 깔렸다. 다만 법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시행 이후라도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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