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항상 꿈을 꾸며 희망으로 사는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희망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단테는 그의 '신곡'에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입구에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고 썼다. 지옥은 희망이 없는 곳이며, 희망이 없는 곳은 곧 지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으로 점차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언더우드는 인도로 향하던 뜻을 바꿔 이처럼 비참한 나라 조선에 왔다. 갈수록 어둠이 짙어가는 조선 땅에서 언더우드는 뉴 코리아의 비전을 품고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다. 그는 새로운 나라 코리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식 학교를 세워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에 힘썼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우리 한국의 새로운 내일을 꿈꾸며 의료와 교육에 헌신했던 언더우드의 꿈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20세기 말 동서냉전의 장막이 무너지면서 중국이 우리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최하진 박사는 1993년 카이스트(KAIST)와 스탠포드(Stanford) 대학교의 교수직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자원봉사의 길을 떠난다. 청년 대학생 제자들을 가르치며 섬기다가 최박사는 교육을 통해 변화되는 제자들을 보면서 청소년기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청소년 교육에 대한 비전을 품는다.

최박사는 안중근 의사의 정신이 깃든 중국의 국제도시 하얼빈을 찾아간다. 그는 학교 부지 1만평 정도에 학생 수 1천 명 이내인 6년제 학교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2002년 1월 하얼빈시 강북 외곽지역 눈 덮인 옥수수밭에 희망의 깃발을 꽂았다. 바람만 세차게 부는 황무지, 양떼들과 소 무리들이 휘젓고 다니는 땅, 옥수수 뿌리만 남아 있는 허허벌판이지만 그는 거기에서 아름다운 비파 소리가 들리는 꿈을 꾼다.

그 이후 만방학교 옆으로 20여개의 대학이 들어와서 그곳은 대학생만 수십만 명이 모이는 대단위 교육지역이 됐다. 하얼빈의 한 TV방송국이 만방국제학교의 수업 실황을 녹화해 방영하고 있으며, 그 방송이 흑룡강성에서 선정하는 최고 교육프로그램으로 선정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만방국제학교의 교육에 대한 우수성이 해외로까지 알려지면서, 미국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해 나가고 있다.

만방학교는 다문화 리더(Multicultural Leader),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 섬기는 리더(Servant Leader)를 양성하는 비전을 펼치고 있다. 새 시대는 타 문화권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인재를 요구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에는 자신과 자기 민족만이 아니라 타 인종과도 하나가 될 수 있는 글로벌 리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명예와 성공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섬기는 리더가 요청된다. 최박사는 학교의 설립자이지만 아무런 공식적인 직책도 갖지 않고, 학교의 미화원이나 경비원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청소년들이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탁월한 인재로 발돋움하도록 돕고 있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들은 조국 독립의 꿈과 비전을 지켜왔다. 해방 이후 우리 한국은 경제 부흥과 민주화의 꿈을 향해 달려왔다. 최근 우리나라는 문화예술의 꿈을 이뤄 온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경제의 부흥과 정치의 민주화를 이룩하고, 스포츠와 아름다운 문화예술로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기적의 나라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가장 절박한 꿈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통일의 꿈을 이뤄 '평화의 모델'로서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이바지해야 한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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