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5일 당 쇄신안을 발표했다. 당대표인 자신의 차기 총선 불출마와 함께 동일지역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서울 종로·경기 안성·청주 상당구 3곳의 무공천을 발표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을 30% 이상 공천을 하겠다고도 했다.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국민의 힘 박덕흠 의원의 제명처리도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친문 김종민 의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586 용퇴론을 거론하고, 이재명 후보의 측근 '7인회'도 "이 후보 당선 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론의 벽에 막힌 상황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데다 하락세 기미까지 보이자 인적쇄신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론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는 설 연휴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선 승부수를 던져야 할 상황이었다. 속내를 봐도 3곳의 무공천지역구는 종로만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궐위 원인을 제공해 책임이 큰 곳이다. 종로도 이낙연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해 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 동일지역 4선 연임금지는 국민의힘 등 논의상대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선언적 의미일 뿐이다.

민주당 소속이다가 탈당해 무소속인 윤미향 의원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을 지내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 등 1억여원을 개인 용도로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후원금으로 갈비 사 먹고 마사지도 받았다는 조사 내용도 있다. 할머니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의원이 됐는데 실상은 할머니를 이용했다. 이 이상의 파렴치와 위선이 없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비위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자신이 세운 이스타항공의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직원 600명을 해고하면서 임금·퇴직금 600억원도 주지 않았다. 빼돌린 돈은 자신과 가족의 호화 생활에 썼다고 한다. 악덕 기업인의 전형과도 같다. 이 정도 상황이면 국회 차원의 제명조치가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

민주당은 이 두 사람을 제명은커녕 오히려 두둔했다. 여당 일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비방을 막는다는 법을 발의하면서 관련 단체에 대해서도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황당한 조항을 넣었다. 윤미향의 정의연 비리 의혹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윤 의원도 이 법 발의에 참여했다. 윤 의원 자신이 '윤미향 보호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상직 의원은 자신의 비리에 대한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언론징벌법'을 강행하려 했다. '이상직 언론법'이다.

송 대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재작년 4·15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과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에 반발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약속을 뒤집고 곧바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정치개혁 약속들이 허언으로 끝나 이번 당 쇄신안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여권의 쇄신안이 '정치쇼'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말만이 아니라 행동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송 대표의 선언이 대선 불리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성을 담은 것이라면 대선 승패를 떠나 지속적인 실행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 대선 전이라도 진정성을 보여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을 당장이라도 받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수용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 정도가 대장동 특검을 원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특검을 수용한다고 해놓고 법안논의조차 피하고 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국민 무서운 것을 안다면 제명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국민 뜻을 거역하면서 인적 쇄신을 하겠다고 할 수 있나. 표를 노린 꼼수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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