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다빈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정부 지자체·공공기관·민간기업 가리지 않고 횡령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우선 횡령 사건의 닻을 올린 것은 개인의 초대형 횡령 사례 오스템임플란트 건이다. 회사 재무팀장 A씨는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2215억원 가량의 회사자금을 빼돌렸다.

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3월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당시 이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횡령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최소한의 손실조차 반영하지 않아 오스템임플란트 주주와 관련 펀드 기업들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부 지자체인 서울 강동구청에서도 횡령 건이 터졌다. 구청 투자유치과에서 근무하고 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한 B씨가 115억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것이 지난달 26일 밝혀졌다.

강동구청은 "공금을 횡령한 B씨가 지난해 10월 투자유치과에서 다른 부서로 옮긴 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원인자부담금에 대한 결산 처리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후임자가 있었다"며 "해당 직원이 구청 감사담당관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하며 B씨의 횡령 정황이 드러났다"고 입장을 전했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이번 횡령 건 적발은 내부감사에 의해 드러난 게 아니었다. 후임자가 이를 제보하며 조사가 시작돼 결국 발각된 것이다.

공공기관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례는 이보다 더하다. 지난달 11일 수자원공사는 에코델타시티 사업단 소속 C씨의 횡령 사실을 알렸다.

수자원공사는 오스템임플란트, 강동구청보다 더욱 감사 자체가 무의미했다. 앞서 C씨는 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하며 무려 7년간 85억원 가량을 횡령했다. 회사 자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횟수만 무려 150여 차례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감사를 진행했지만 6년간 눈치를 못 채다가 지난해 감사에서 C씨의 횡령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재무 혁신 전담팀(TF)을 구성하는 등 이 같은 범행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구축, 점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GDP와 경제는 매년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금융사범 방지 및 관리대책'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방증한 꼴이다.

횡령 등 금융사범에 대한 철저한 처벌 기준부터 마련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이번 사례들처럼 횡령은 해당 기관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악영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 금전적 손해와 사회적 허탈감, 모럴해저드 등을 야기시킬 수 있어서다.

즉 금융사범의 경우 중대범죄로 분류해 형량을 상향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일 것이다. 현재 형법상 횡령죄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죄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5억원 이상을 횡령한 점이 드러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상향되지만, 이 역시 미약하다.

횡령 과정에서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이득을 취했을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되지만, 무기징역으로 귀결된 사례는 드물다.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 당국과 지자체 차원에서 내부 통제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민간기업의 경우 외부 감사 범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강동구청의 횡령 직원들은 빼돌린 금액을 주식에 상당 부분 투자했다. 이 때문에 모든 금액을 회수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당국·기업이 금융사범을 중범죄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손실도 야기할 수 있는 중대성을 공동으로 인지해 효과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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