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성대 문화골목 전경.
부산 경성대 문화골목 전경.

[월요신문=윤성희 기자]골목이란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시대가 있었다.

골목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한낱 길에 불과하지만, 기성세대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숨바꼭질·구슬치기 등을 하고 있으면 해 질 무렵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아쉽게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 추억의 장소가 바로 골목이다.

점점 잊혀져 가던 골목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재조명됐다. 이 드라마는 기성세대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 이는 '레트로 열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래된 공장 건물과 수십 년 된 방앗간의 모습을 간직한 채 내부만 카페로 변신한 성수동 골목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 플레이스'다.

부산 경성대 문화골목 전경.
부산 경성대 문화골목 전경.

성수동 골목보다 먼저 문화골목으로 변신해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부산의 '경성대 대학로 문화골목'이다.

경성대 문화골목은 부산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이 문화골목은 지난 2007년 선을 보인 후 경성대와 부경대 등 학생들과 부산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문화골목은 개인 건축업자 등이 주택 5채를 매입해 담장을 허문 뒤 기존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리모델링 해 갤러리와 소극장, 커피숍, 와인바, 라이브카페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골목이다. 다섯 채의 건물이 하나의 건물인양 연결돼 있는데 길이 길게 형성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짧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다. 80여석의 규모로 뮤지컬, 연극 등을 즐길 수 있는 '용천지랄소극장',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골목 갤러리', LP음반으로 신청곡과 함께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 팝 공간 '노가다', 각종 커피와 음료,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다반', 인문학 북카페 '해련도방', 전시장 '석류원' 등이 골목 안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부산 경성대 문화골목 전경.
부산 경성대 문화골목 전경.

또한 골목길이 주는 정겨움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계단에 장식돼 있는 고철 자전거, 철물점 같은 분위기의 출입문, 쌓여있는 기왓장, 여기저기 널려 있는 건축자재들도 이 골목에서는 멋스러운 전시품이다.

경성대 문화골목은 입구가 3군데로,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만 어느 쪽으로 들어가도 빈티지가 묻어난다. 음식점들 사이의 골목 한 군데를 통해 들어가다 보면 종탑을 마주하게 된다. 우뚝 솟은 종탑이 이 골목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시간의 흔적을 대변하고 있다.

이 문화골목은 아무래도 폐건축자재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보니 오래된 것을 없애기보다는 고쳐서 그 매력을 극대화했고, 낡음의 미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매력 덕에 2008년에는 부산시에서 선정한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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