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사진=한화그룹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 사진=한화그룹

국내 재계 서열 7위 한화그룹이 '3세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등 주력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 사업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맡는 방향으로 후계 구도를 마무리 지은 것.

특히 최근 막내 김동선 상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그간 형들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았으나, 지난달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으로 선임된 이후 여의도 IFC 인수전에 뛰어들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 그 배경.

또 지난달 말에는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대외 행보에도 동석했다. 과거 김동관 사장이 경영 수업을 시작했을 당시 김 회장이 직접 데리고 다니며 챙긴 만큼,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막내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하는 갤러리아…신사업도 '명품'에 초점

한화갤러리아가 미래에셋과 손잡고 4조원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에 참여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IFC 인수 최종 숏리스트(적격 후보)로 선정된 미래에셋컨소시엄에서 자산관리회사(PM)를 맡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번 인수전은 최근 갤러리아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맡은 김 상무의 '신사업' 발굴 기회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만약 미래에셋컨소시움이 인수에 성공하면 갤러리아는 앞서 진출한 현대백화점과 여의도 상권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전국 5개 백화점(명품관‧타임월드점‧광교점‧센터시티점‧진주점)에 더해 대형 갤러리아몰이 새롭게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다만 한화솔루션 측은 IFC몰 관련 업무는 김 상무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갤러리아부문 관계자는 "이는 김 상무가 신사업전략실장으로 발령받기 전 결정된 사항으로 김은수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대표 체제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생 김 상무는 승마 선수 출신으로 지난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가 2017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독일에서 레스토랑 사업 등을 하다 2020년 말 한화에너지 상무로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로 선임돼 프리미엄레저(PL) 그룹장으로서 승마 사업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에 발령, 백화점 신사업과 우수고객(VIP) 관련 신규 콘텐츠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의 당면 과제는 단연 성장이 정체된 갤러리아의 재도약이다. 갤러리아는 국내 최초로 명품관 개념을 도입한 만큼 고급화 전략과 VIP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백화점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최근 한화솔루션은 명품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신사업 진출도 예고했다. 온라인에서 명품을 판매하기 위한 법인을 새롭게 만든 것. 한화솔루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 형태의 별도 법인을 통해 프리미엄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이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을 운영하는 스마일벤처스 지분 17.6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향후 명품 이커머스 사업을 총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갤러리아 측은 "이커머스 사업은 한화솔루션 별도 법인을 통해 진행되는 것으로 갤러리아와 김 상무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상무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회장과 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점 태스크포스(TF)팀에 합류한 이후 아르노 회장과 수차례 면담을 가진 바 있다. LVMH그룹은 프랑스 명품 그룹으로 루이 비통, 디올, 펜디, 지방시, 셀린느, 불가리, 티파니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EAST) 외관 전경. 사진=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EAST) 외관 전경. 사진=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 김승연 회장의 막내 사랑…경영 능력 시험대

지난해 7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아버지 김 회장의 지원 사격도 예상된다. 김 상무가 맡은 유통 사업은 그룹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김 회장이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지켜왔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과거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상속 다툼을 벌일 당시 한화갤러리아를 지키기 위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호연 회장을 강제로 사임시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직접 데리고 다니며 챙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마이크 펜스(Michael Richard Pence) 전 미국 부통령과의 오찬에 김 상무를 데려갔다. 삼형제 중 유일한 참석자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이들은 최근 국제 정세와 관련한 의견을 나누며 국가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김 회장이 김 상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았을 때에도 김 상무의 손을 꼭 잡고 나타난 바 있다. 당시 그는 그룹을 떠나있던 상태로, 김 회장이 직접 복귀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2020년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 담당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다만 김 상무는 형인 김동관 사장과 김동원 부사장에 비해 그룹 내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태다. 한화그룹 지주사격인 ㈜한화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동관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며, 김 부사장은 2014년부터 줄곧 금융 사업을 맡아 왔다. ㈜한화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5%, 김동관 사장이 4.44%,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김동선이 각각 1.67%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은 2020년 4월 모회사인 한화솔루션으로 흡수 합병된 이후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상무는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는 역할로, 향후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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