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국내 면세업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에 발맞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따스한 봄 햇살에 기지개를 켜는 새싹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코로나19 이후 닫혔던 국제선 하늘길은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며, 해외 입국자의 격리 면제와 더불어 43년 만에 면세점 구매 한도도 폐지됐다.

한때 세계 1위에 빛난 한국 면세점은 희망찬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된 걸까. 우선 약 2년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면세업계는 최근 고객 맞이에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국내 명품 시장이 '보복 소비'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가운데 그 주체가 해외여행으로 옮겨붙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긴 어둠의 시간'이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새싹이 돋아나기 위해서 씨앗과 물, 햇살 등이 필요하듯 면세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선 다양한 요인이 적절히 맞물려야 한다.

첫 번째 난관은 턱없이 낮은 '면세 한도'다. 지난달 면세점 구매 한도 폐지로 물건을 사는 데 제한이 없어졌으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여전히 600달러(약 73만원)뿐이다. 600달러 초과분에 대해서는 20~5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관세법에 따르면 600달러 이상의 구매 금액 중 185만2000원까지는 간이세율 20%, 185만2000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50%의 간이세율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의 입지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글로벌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하이난 지역 면세 매출은 94억7000만 달러(한화 약 11조74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면세 매출은 147억달러(약 18조22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우리나라와 중국의 면세 매출 격차는 2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지난해 52억 달러로 그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국가별 면세 한도 제한 정책에 따른 결과다. 해외 여행자에 대한 면세 한도는 국가 주도 하에 정해진다. 현재 미국 800달러, 호주 900호주달러, 일본 2000달러, 중국은 약 1200달러다.

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히자 중국은 내국인의 면세품 구매도 허용했다. 2020년 6월 중국은 '하이난성 자유무역항 건설 방안' 발표와 함께 하이난을 오는 2050년까지 '제2의 홍콩'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어 7월 매년 1인당 면세 구매 한도를 3만 위안(약 504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680만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중심의 시장 구조다. 우리나라 면세업계는 따이궁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전 세계 면세품의 40%를 소비한 '큰손' 중국인들의 소비 무대가 해외에서 자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위기 요소다.

무엇보다 국내 시내 면세점이 가장 위태롭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따이궁의 발걸음이 머무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 명품으로 알려진 에르메스‧루이 비통‧샤넬이 최근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한 것이 결정타.

지난 1월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운영을 중단한 루이 비통은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서 줄줄이 철수를 앞두고 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달 31일자로 부산과 제주 시내 면세점 부티크 매장의 영업을 종료했다. 앞서 롤렉스는 지난해 10여개에 이르는 국내 면세점 매장을 대부분 정리했다.

우리나라 면세업계가 화려하게 부활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외국인 이용객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따이궁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관광인프라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구매 한도 폐지가 아닌 면세 한도를 늘리는 식의 실효성 있는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최선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새 정부가 우리나라 면세업계의 부흥을 위해 대화와 소통에 적극 나서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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