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뉴시스
손열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한 정책파견단을 일본에 보냈지만, 여전히 한일관계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최근 우리 국립해양조사원의 '독도 측량계획'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측에 (독도 측량계획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동시에 중지를 요구했다"며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 영토임을 감안할 때 수용할 수 없다.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열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역사문제에 대해서 일종의 조정과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과를 받아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한일관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나요?

너무나 자명합니다.

Q. 한일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꽤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부도, 일반 국민들도 한일관계 개선의 당위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분이 단순히 '양국관계가 계속 이래서는 안 된다'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Q. 한일관계 개선을 단순히 '친선'의 측면에서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일본과의 사이가 지금과 같은 상태인 것에 따른 부담과 비용이 상당히 컸습니다. 먼저 그것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또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편익이 일반 국민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는 평가 또한 분명히 이뤄져야 합니다.

Q. 악화된 한일 관계로 한국이 치러야 했던 부담과 비용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한일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한국이 미국·중국 나아가 아시아 지역에서 외교를 펼치는 데 있어서 장애요인이 된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한일관계가 현재와 같은 마비 상태로 있으면 한국의 외교적 이익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한일관계를 단순히 경제적·안보적 차원으로만 이해해선 안 됩니다. 일본과의 관계는 한국의 전반적인 전략적 차원의 이익과 관련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Q. 한국의 외교적 이익과 한일관계가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는 건가요?

미국의 바이든 정부에서 최근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문서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온 이후 가장 중요한 외교전략 문서인데, 그 문서에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아시아 전략을 펼쳐나가는데 있어서 한일이 지금과 같이 갈등하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전면적으로 위반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만큼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미국의 시각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계속 지금과 같다면 한미동맹, 한미협력 강화에도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또 한일관계가 개선 돼야 우리가 중국과 교섭을 하는데 있어서도 레버리지가 생깁니다. 중국이 한일관계의 약점을 계속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도 한일관계 개선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자간 협의체)가입 문제에 있어서도 한일관계가 중요합니다. 일본이 반대하면 한국은 쿼드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쿼드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가입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도 제일 중요한 플레이어는 일본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막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인 IPEF에서도 한일협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계속 감정싸움을 하면서 불신의 관계로 남아 있는 다면 한국의 외교적, 전략적 이익에 대단히 해롭습니다.

Q. 하지만 한일관계 개선에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네. 역사문제입니다.

Q.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역사문제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까요?

먼저, 역사문제에 대해서 일본이 우리에게 깊이 사과할 가능성이 지금 당장은 아주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 역사문제를 간과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역사문제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전반적인 협력에 장애물이 되게 해서도 안 됩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해 봤을 때, 역사 문제에 대해서 일종의 조정과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국민들에게 역사문제에 대해서 양보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역사 문제는 시간을 두고 장기적 전략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국민적 설득을 해야 하고 그게 바로 대통령의 역할입니다.

일본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과를 받아 낼 수 있도록 지금 정부 뿐 아니라 정부가 바뀌더라도 계속해서 노력을 해나가야 하고, 국민에게 그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야 합니다.

역사문제는 무엇보다도 국민감정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윤 당선인이 취임한다면 역사문제에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되 양국 사이에 놓인 역사문제를 반드시 풀어 나가고, 관계 개선을 할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과 기시다 총리에게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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