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기업 총수가 있다. 바로 국내 재계 1위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친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도 이전보다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광복절 특사'를 통한 사면‧복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 이 부회장 주도 하에 삼성이 조만간 대규모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현장 경영' 기지개…글로벌 네트워크 덩달아 눈길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각종 반도체 생산시설을 직접 소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한 일정에는 반도체 나노 공정 현장 방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지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유력하게 꼽힌다. 평택캠퍼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올 하반기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인 평택 3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시찰하면 이는 사실상 올해 첫 현장 경영이 된다. 이 자리에 윤 대통령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 특유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DISH) 네트워크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삼성전자가 선정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계약은 이 부회장과 디시 창업자 찰리 에르겐 회장의 신뢰 관계가 초석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중동 등으로 해외 출장을 떠나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칼둔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 전 진행된 리셉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칼둔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외빈 초청 만찬 전 진행된 리셉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윤석열 정부 출범…대규모 투자‧M&A 가능성 '솔솔'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요즘. 그는 지난 10일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가석방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재계 1위 총수 자격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이날 윤 대통령은 외빈 초청 만찬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그룹 총수와 '상호 협력'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정부 출범 이래 만찬에서 대기업 총수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간 주도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국정 목표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한 국정 과제로는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추진,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 등을 언급했다.

특히 반도체 설비투자 시 투자지원 확대, 인프라 구축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허가 일원화를 검토해 오는 2027년까지 반도체 수출액을 3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12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에 화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은 명실상부한 반도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했으며, 1992년 D램 시장에서 일본 도시바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20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 또한 못지않게 거세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 성과도 녹록치 않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는 TSMC(51.2%)로 삼성(18.3%)은 현재 2위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총 17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약 5년간 소위 빅딜이 전무한 상태다. 총수 공백 장기화로 투자가 위축된 영향이다. 조단위 M&A가 성사되려면 총수의 결단과 역할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농단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해외 출장을 위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다. 또 오는 7월 형 집행 완료 이후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한편 경제계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며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청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사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이 부회장의 마지막 사면은 무산됐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