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진=제주항공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진=제주항공

[월요신문=이인영 기자]"비도진세(備跳進世·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도약을 준비한다). 저비용항공사(LCC) 맹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중·단거리 핵심 경쟁력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 취임 2주년을 맞이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이 같은 경영전략 키워드를 밝혔다.

2020년 6월부터 제주항공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34년 경력의 항공 전문가다. 아시아나항공 출신 기획·재무 전문가로, 제주항공을 국내 2위 항공사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특히 오늘(8일)부터 국제선 운항규제가 모두 해제되면서 공항 조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도착편수 제한(슬롯 제한)과 비행금지시간(커퓨) 등 국제선 증편 주요 규제들이 2년 2개월 만에 모두 해제됐다.

Q.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로 내세운 비도진세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는 해입니다. 우리 제주항공은 LCC 업계의 맹주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비도진세는 코로나 이후 회복을 위한 변화단계의 전략적 키워드로, 중장기 전략이 포함돼 있습니다.

먼저 갖출 비(備)는 원가 경쟁력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원가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부터 시작합니다. 티켓값을 고객에게 싸게 제공하는 것, 즉 수익 구조를 회복해야 재무 건전성이 확보됩니다.

뛸 도(跳)는 도약을 의미합니다. 내년 B737-8 신기종 도입을 통한 '기단 현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LCC가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제주항공은 2018년에 NG기종을 3대 도입했습니다. 이와 함께 신기종 전환을 위해 보잉사와 40대를 구매 계약했습니다. 내년 본격 도입에 앞서 현재는 운항, 정비 등 인프라를 갖추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나아갈 진(進)은 신사업 진출을 뜻합니다. 화물 사업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에 진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 세(世)는 세상으로 본질적 사업의 지평을 넓히는 것입니다. 신규 노선 확장이 해당되며, 몽골 운수권 확보와 내년 신기종 도입을 통해 범위가 훨씬 늘어나게 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핵심 경쟁력, 즉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을 살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Q. 오는 9일 B737 화물기 전용기 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LCC 중 최초로 화물기를 도입하는 것인데, 향후 여객 사업과 화물 사업의 비중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인 비중은 아직 설정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은 경쟁의 문제며, 회사 자체 경쟁력과 시장 환경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형 화물기의 경우 시장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화물기로 전환한 NG 기종은 수요도 높고 운영 및 영업 측면에서 원가 경쟁력도 있습니다. 운항 인프라를 비롯해 기단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 기단을 갖추면 규모의 경쟁이 가능합니다. 이는 수익성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측면으로, 기존 역량을 활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원가 경쟁력이 유지됩니다.

단거리 화물기 시장에 대한 수요는 분명합니다. 현재 화물기 전용 슬롯은 꽉 차있으며, 특성화물이나 전자상거래 화물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향후 여객 부문이 정상화돼도 전자상거래 부문은 계속 성장할 것이란 판단입니다. 특히 베트남은 의류 등 생산 전진기지로 사업성이 높습니다.

우선 화물기 1대로 시작해 이후 화물기 시장 환경을 보고 추가 도입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LCC가 화물 사업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만큼 분명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쟁사가 갖추는 경쟁력에 따라 사업전략을 보완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몇 퍼센트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Q. 제주항공은 지난 4월 알짜 노선이라고 불리는 '몽골 노선' 주 4회 운수권을 획득했습니다. 성수기 탑승률 80~90%에 달하는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높은데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용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외 중요하다고 보는 중단거리 노선은 어디인지요.

몽골 노선은 성수기 시즌인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운수권을 확보했습니다. 국내 허가를 끝내고 몽골 측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는 7월 초부터는 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항공의 핵심 경쟁력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입니다. 항공 산업은 핵심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데, 이 같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재 동남아 노선은 대부분 복구됐고 괌‧사이판도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대부분 회복 단계에 있으나 일본과 중국은 회복세가 더딥니다.

또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재개한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입국자 수 2만명 제한과 비자 발급,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에 한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판단입니다. 괌 역시 2019년 하루 최대 13번까지 운항했는데, 지금 운항 횟수는 그때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기존 노선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단은 41대에서 39대로 줄었지만 아직 여유가 있어 일본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이 빠르게 문을 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Q. 티웨이항공은 올 하반기 내 장거리 노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거리 노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신가요.

최근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유가는 달러로 구매해야 하는데, 유가단가와 환율이 높은 상황입니다. 장거리, 대형기일수록 유류비 비중은 높아집니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운임 요금에 대한 압박도 커집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티켓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단거리는 유류비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나은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항공 사업은 장기 사업입니다. 한 시즌, 한 노선, 1년 이렇게 단기적으로 보고 사업하지 않습니다. LCC가 장거리에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는 만큼 아직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제주항공의 핵심 경쟁력은 중단거리 노선입니다.

장거리 노선은 대형기 도입과 함께 초기 비용이 많이 필요합니다. 사업이 안정화되기까지 단거리가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노선도 있습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그리고 연간으로 따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거리보다는 신기종으로의 전환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입니다.

Q.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출범을 대비한 향후 전략이 궁금합니다.

우선 통합 LCC 출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통합 LCC 출범 시 제주항공보다 규모는 커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집중 문제가 있습니다. 먼저 각기 경쟁력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3사는 회사별로 기종이 모두 다르지만, 저희는 기종을 단일화 했습니다.

단일화 이유는 효율성 때문입니다. B737-8은 NG 기종과 85% 일치해 대부분 그대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정비사는 2주간 교육을 받으면 되고, 운항승무원은 이틀이면 됩니다. 정비 능력도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조건은 저희가 기대한 만큼은 아닙니다. 하지만 LCC도 사업자가 너무 많고, 줄어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국내선 재배분 시 저희로선 기대할 여지도 있습니다. 기종부터 인력, 시스템 등 3사 통합 과정에서 제주항공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미주 지역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34년 경력의 항공 분야 기획·재무 전문가로 아시아나항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격인 경영관리본부장까지 지내 재무구조 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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