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염상열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5%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연 1.75%에서 0.5%p 인상한 2.25%로 결정했다.

통상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인상, 인하할 경우 0.25%p로 조정했다. 0.5%p 조정은 지난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더욱이 금통위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0.25%p씩 올린 후 이번까지 3회 연속 인상을 결정한 건데, 이 또한 처음이다.

이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영끌족'들은 비상이 걸렸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지난해까지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영끌족은 불안감에 각종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하지만 올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고스란히 이자의 늪에 허덕이게 됐다. 그렇다고 집을 팔 수도 없다. 현재 부동산 거래가 절벽인 탓이다. 집을 팔 수도 없고 이자 부담은 버겁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영끌족의 대다수가 청년층인 것은 큰 문제다. 청년층은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소비층이다. 이들이 이자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면 경기는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들의 이자 부담만이라도 줄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청년층의 이자를 줄이기 위해 정치권·시민단체·부동산 업계·연구소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은행들 금리 원가 기준 공개해야"

정치권에서는 은행들의 금리 원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은행의 독과점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폐단 때문에 청년들이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격(금리)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열 보좌관은 "우리나라의 은행들이 은행법에 보호를 받아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가산금리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방식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은행들이 내놓는 대출금리가 별반 차이가 없다"며 "이는 자율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출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은행 시장이 독과점인 탓에 대출금리를 더 낮출 수 있음에도 높게 유지해 이자를 편취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산금리 중 은행의 마진은 어느 정도인지가 전혀 공개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니 이를 공개하자"고 피력했다. 그는 "가산금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 과정을 공개하면 은행들 간의 경쟁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가산금리 산정 방식이 공개되면 은행이 가져가는 마진을 파악할 수 있고 자연스레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 간 마진을 비교할 수 있어서다.

이어 "이를 통해 마진을 더 적게 하는 은행들에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몰리고 대출금리는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 "관건은 이자가 아닌 이자를 양산하는 빚 자체"

시민단체에서는 이자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동화 참여연대 간사는 "청년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채무조정제도를 활용해 빚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빚이 있는 상태에서는 일단 빚을 털어내야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며 "채무조정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은 개인회생을 받을 수 없다.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행사해 가져가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주택담보대출도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영끌족이 채무조정을 받지 못해 빚을 그대로 떠안은 채 이자만 계속 내는 상황을 막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그는 캠코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했다. 신 간사는 "캠코에는 취약채무자의 연체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하는 '세일앤리스백'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 프로그램에서 캠코는 연체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한다"고 했다.

이어 "조정이 안되는 경우 캠코는 주택담보대출권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한다"며 "다만 담보권을 행사한 다음에는 원래 집주인에게 장기로 임대한다"고 부연했다. 빚도 청산하면서 동시에 집에서도 계속 살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법원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 간사는 "법원이 신속하게 채무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생계비를 많이 인정하는 등 채무자에게 우호적인 조정을 내려야 한다"며 "파산 시에는 적극적으로 파산 승인을 내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청년층이 하루라도 빨리 빚을 청산해 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 "여력이 된다면 부동산 팔지 말고 전세를 내줘라"

반면에 부동산을 섣부르게 팔지 말고 우회로를 이용하자는 대안도 나왔다. 이혜리 어반앤피플 대표는 "섣부르게 부동산을 팔기보다 개인 여력에 따라 당분간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를 내서 대출금을 갚으면 일정 부분 이자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자가 부담되는 대출자는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돌아오는 8월에 전세를 내주면 된다"며 "이자가 부담돼 부동산을 팔지는 어느 시점에서 부동산을 샀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부동산을 산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이다"며 "부동산이 오르는 시점에 산 영끌족은 수익률이 20~30% 나서 이자를 더 부담하더라도 이익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금 부동산은 오름세가 주춤일 뿐이지 결코 급락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에서 섣부르게 부동산을 팔기보다는 본인의 소득, 일자리 여건 등 감당할 수 있는 여력과 부동산 매입을 통해 얻은 수익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실거주해야만 대출이 가능했다. 전세 용도는 대출 불가능했다"며 "이미 대출을 받아 이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은 실거주를 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아울러 "8월에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끝나는 2년이 돌아오는데 부동산이 오른 만큼 전세도 올랐기에 전세를 내주면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으면 이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투자자 책임 원칙…다만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 필요"

'투자자 책임 원칙'을 강조하며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의 모든 대출자를 다 영끌족이라고 볼 수 없다. 어디까지 영끌족인지, 일반 생활 대출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서도 "투자는 자기 몫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취약계층에 대해선 정부의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연구원은 "경기둔화와 금리상승 시기에는 취약계층의 상환능력이 축소되고 소비 여력이 감소한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환대출은 그 대책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환대출은 정부가 채무자의 이자를 일부 지원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어 그는 "취약차주는 자영업자, 사업에 실패할 사람, 생활비 대출자 등 투자가 아닌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 한해 대환대출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