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조규상 편집국장] 지난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하자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국내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방어에 나섰다. 이를 두고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전자 지분을 1% 이하로 가진 소액주주는 2019년 말 기준 56만 명에서 2020년 6월 말 기준 145만 명으로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 당시 몰랐던 불법적인 사건이 최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진짜 매도인 것처럼 속이고, 거래행위를 한 것이 적발됐다. 한투증권은 2017~2020년 3년여 동안 삼성전자 주식 2500만여주에 대해 공매도를 실행하며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기가 막히게도 한투증권이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2017년 11월 286만1000원(수정주가 5만722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20202년 3월 19일 4만2300원으로 당시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를 떠받들던 동학개미의 등에 칼을 꽂은 셈이다. 당시 동학개미들에 힘입어 호황을 누린 증권사들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한투증권 역시 2020년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55.2% 증가한 15조9545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7083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한투증권의 해명은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였다. 매번 불법 공매도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나왔던 '직원의 단순 실수'가 원인이었다.

금융당국 역시 누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과태료 10억원에 불과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마저 20%가 감경돼 실제 납부액은 8억원으로 줄었다.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힌 행위지만 고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불법 공매도와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공매도가 불법적 거래에 활용되고, 적발·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대책이 나온 것.

정부는 ▲90일 이상 장기 대차·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상세 대차 정보 보고 의무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하는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상환 기간의 제약이 없는 대차거래 활성화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불법 부당이득의 3~5배 상당의 벌금을 구형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을 적극 이용할 것이란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발표도 개인투자자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보인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해 왔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같은 지위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본질은 개인의 담보 비율을 낮추는 것보다 기관·외인의 담보 비율을 높여달라는 것이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상환 기간을 90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부당이득에 대한 처벌도 결국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문제로 강한 처벌을 내리지 못하니 피해가 존재한다면 벌금 규모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대책은 항상 사건이 터지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사후 적발과 처벌 강화 쪽으로 제도 개선 방향을 정했지만 결국 그때뿐이었다.

중과실 반복은 고의며 범죄다. 개인투자자들은 '직원의 단순 실수'라는 비겁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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