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승동엽 기자]기자로서 취재를 하다 보면 다소 황당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고 취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서 갑작스레 '올 스톱'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기자는 제보자로부터 최초로 제보를 받을 때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본인은 A에게서 B라는 부당함을 겪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차원을 넘어 또 다른 선량한 이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다. A로부터 보상은 필요 없다'는 결의에 찬 목소리를 접하곤 한다.

본 기자 역시 각각의 제보에 관해서 '일방적 주장'이 아닌지 '기사화를 통해 사회에 순기능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 후 키보드를 매만지며 공론화 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다소 힘이 빠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기사 출고 직전 제보자로부터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연락을 받을 때가 그렇다.

마치 야구에서 포수가 투수에게 '직구'를 던지라고 사인을 보낸 후, 공을 받으려고 자세를 취했는데 '커브'가 들어왔다고나 할까? 이보다 '너클볼'로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자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제보자가 갑작스레 심경의 변화를 보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때론 다소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제보의 원인을 제공한 이가 기사화를 막기 위해 제보자에게 일종의 '보상책'을 앞세워 접근한다든지, 혹은 제보자가 그들에게 기사화를 무기로 먼저 선수를 친다든지 하는 것.

전자든 후자든 기자로서 허탈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사항들을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실제로 제보자로부터 이러한 이유로 기사가 안 나갔으면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어왔다. 때로는 다소 강한 어조로 기사화를 원치 않는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최초 본 기자에게 제보할 때와는 180도 변한 모습에 당황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언론사가 소비자 고발센터도 아니고, 사법기관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제보자 개인으로 보자면 이를 통해 자신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최초에 제보자가 말한 '다른 선량한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선 아쉬운 게 사실이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모든 제보자가 그런 건 아니라는 것이다. 99%의 제보자는 사심 없는 마음으로 부당함을 널리 알리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본 기자는 오늘도 공론화가 필요한 취재 소재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을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