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尹향해 연일 거침없는 비판…尹 "다른 정치인 발언 챙기지 못해"
전당대회·대권 노리며 존재감 키우기…이슈 사그라들길 바라며 무대응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8.17. 사진=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8.17.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는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하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이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 이후부터 작심한 듯 당과 윤 대통령을 향한 정치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특히 주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며 속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언급했다. 이는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한 것으로 정치권 안팎으로 도가 지나쳤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본격 여론전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xx 발언은 나를 때리라는 지령"이라고 저격했다. 또 취임 100일을 맞는 윤 대통령에 대해 "25점"이라고 점수를 매겼다.

이어 지난 18일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통 큰 이미지가 강조되다 보니 '선거 결과가 좋으면 (선거 때 갈등은) 털고 갈 수 있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윤석열 정부 100일을 평가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집을 분양했으면 모델하우스와 얼마나 닮았는지가 중요한데 (윤석열 정부의) 모델하우스엔 금수도꼭지가 (달렸고), 납품된 것을 보니 녹슨 수도꼭지가 (달렸다)"면서 "그럼 분양받은 사람들이 열받는다"라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에 대해 초지일관 침묵하고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 여러 지적을 했다.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떤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을 좀 생각해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두 사람 모두 현 상황에서 최선의 정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여론전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면서 "첫 번째로 차기 전당대회에서 윤핵관들이 당권을 잡는 것을 막고 가능하면 자기 자신 또는 유승민 전 의원 즉 '비(非)윤'계가 당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이유는 본인의 대권을 위한 전략"이라며 "이준석 전 대표는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했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웠고, 이로 인해 친박연대가 의외로 총선에서 많이 당선되는 결과도 얻었다. 그리고 결국 대권에 올라섰다"면서 "이처럼 정권 재창출 관점에서 봤을 때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굳이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더 낫다"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또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역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현재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당정은 이준석 이슈에서 제발 좀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근데 대통령과 당이 이 전 대표에 반응해주면 국민의 관심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 그자에 관심 없어'와 같은 무관심, 무대응, 모르쇠 기조를 통해 최대한 이준석 이슈를 조용히 지나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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