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 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 배터리 원자재 미국산 의무 사용 등 심각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서명 이후 바로 발효돼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판매에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타사 대비 경쟁력을 크게 상실했다는 것이다.

보통 법안이라는 것은 유예기간을 두고 사회적, 기업적 준비를 고려해 완충 기간을 두고 시행한다. 이번 경우와 같이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바로 시행하는 경우는 국가 비상조치 외에는 없다. 당장 현대차 그룹의 황당함은 물론이고 미국 제작사들도 당혹스런 부분이 많아서 반대 그룹도 많다. 상원에서 50 대 50으로 동일한 균형을 이뤘지만, 상원의장인 해리스부통령이 찬성하면서 통과된 법안이 일사천리로 하원을 통과해 바로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다. 문제는 자국 우선주의로 진행돼 국내 정치적인 이유도 작용하면서 주변 맹방 및 우방 국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안의 범위는 미국 내의 기후변화와 의료혜택 등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는 법안이지만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와 자국논리로 오직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미국 내에서만 제작돼야 하며, 오는 2024년부터는 배터리 원자재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한 국가의 원자재를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연도가 더해지면서 최종 80% 이상을 사용해 중국산을 완전히 배재한다는 것이다.

당장 국산 전기차 등의 미국 수출은 완전히 중단될 수밖에 없고, 2024년부터는 중국산 수입관행을 끊고 미국 중심의 국가로 원자재 수입을 바꿔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배터리 원자재는 종류에 따라 중국에 95%까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고, 실질적으로 규제 연도에 맞춰 미국산 등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의 상황을 보면 특히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계기를 잡기 시작한 국내 자동차 분야와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첨단 먹거리 분야에서 심각한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더욱 큰 문제이고, 향후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약 3개월 전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때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의 회담 이후 약 1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미국에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가 느낄 정도로 배반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에 대한 문제는 자국 우선주의가 너무 강하게 작용해 중국보다 더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중간의 갈등을 우리가 부담하고 심각한 결격사유를 내포해 FTA 기조 등이 무력화되는 시작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우방은 물론 맹방의 경우도 경제적인 논리에서는 FTA 등이 의미가 없는 상황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같은 논리로 한국산이어야 하고 우리 시장만을 위한 규제가 있으면 하겠지만 시장도 좁고 그럴만한 능력이나 강대국도 아니다. 한계가 크다는 자괴감이 있다. 특히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항상 FTA 등을 국제 논리로 의지했지만, 앞으로는 쉽지 않다. 앞으로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미국만의 강대국 논리가 아닌 글로벌 국가나 그룹이 시행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은 물론 러시아도 그렇고 향후 유럽연합도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동남아국가연합도 이러한 사안이 만들어지게 되면 수출을 지향점으로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치명상이 된다.

FTA 기조의 무력화는 우리 미래 먹거리의 상실을 의미하한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산·학·연·관이 모여 미래에 대한 큰 그림과 계획을 더욱 가져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외 문제가 심각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정확한 분석과 냉정한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선 이번 법안은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심한 사안이어서 미국의 내부적인 반발 움직임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전미자동차노조 등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는 단체나 대기업을 활용해 최대한 법안 이행에 대한 지연이나 제외조항 등을 내세워야 한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로비를 강화해 특별 규정을 만들고, 지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만큼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미국 내 반대 단체나 기관 활용이 최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현대차 그룹의 빠른 조치이다.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와 기아차 EV6 등은 현시점에서 보조금 대상이 아닌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미국 내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74개 차종 중 21개 기종만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혜택을 받는 차종 중 약 80%가 미국 제작사라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앨라바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의 내연기관차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일부 신속하게 변경해 응급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노·사 합의 사항인 만큼 하루속히 합의해 진행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노조와 협조해 이러한 문제로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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