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 사이의 접촉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서로 만났을 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사람들이 접촉하는 모든 기회, 즉 기업, 학교, 종교단체 등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접촉하는 기회를 줄여 원천적으로 접촉 자체를 줄이는 예방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재택근무, 휴교, 온라인 종교예식 등이 권장되었다.

2019년 발생하여 전 세계에 팬데믹 상황을 가져온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3월 6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하여 예방접종 강화로 감염병 확산의 위험도가 줄어든 금년 5월에 해제됐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의 사회학적인 의미는 사회 안의 집단 구성원이나 집단 간에 존재하는 규범적,·정서적, 문화적 거리를 의미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서는 집단 구성원 사이의 물리적 거리로 그 의미가 한정되는 것이다.

임지형(가명)은 한국인 아버지와 몽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6년 전 어머니의 나라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출생하여 몽골인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슬하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1일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가 몽골인 이모 두보라(가명) 씨와 이종사촌 언니 김서현(가명, 초등학교 5학년)이 공부하는 나의 한국어 교실을 찾아왔다. 나는 지형이가 당연히 한글 기초부터 배워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교사가 외국인 학생의 모국어를 전혀 모르면서 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창제된 문자여서 외국인들도 한글을 읽고 쓰는 정도는 금방 배울 수 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배웠는지 알아보려고 질문을 했다. "이름이 뭐예요? - 임지형이에요." "몇 살이에요? - 여섯 살이에요." "어디에서 왔어요? - 몽골에서 왔어요." "몽골사람이에요? - 아니요, 한국사람이에요." 참으로 놀라운 한국어 실력이다. 한국어 동화책을 주었더니, 술술 읽는다. 몽골 가정에서 성장하여 한국에 처음 온 아이가 어떻게 이처럼 한국어를 잘할 수 있을까? 지형이는 4살이 될 때까지 몽골어든 한국어든 한 마디도 하지 못해서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한국에 있는 아빠가 지난 2년 동안 영상 통화로 한국어를 가르쳤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과 몽골의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아빠가 울란바타르에 있는 딸에게 매일 한국어를 가르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가 '물리적 거리두기'와 동일한 의미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요당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일상적인 우리의 사회적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했지만, 지형이의 아빠는 놀랍게도 멀리 몽골에 있는 딸에게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르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물리적 거리두기'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으며, 공동체의 사회적 관계를 갈라놓을 수는 없었다. "저는 한국사람이에요!' 지형이의 야무진 대답에서 딸을 향한 아빠의 지극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가? 아빠의 고향 사투리 억양으로 한국어를 배운 지형이는 이제 한국의 새로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아름다운 소녀로 자랄 것이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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