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본회의 불참 속에 내년 정부 예산편성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총지출 기준 639조원 규모로 13년 만에 축소 편성된 예산을 소개하며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은 상황을 고려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며 비속어 논란, 종북 주사파 발언, 검찰과 감사원의 전 방위적 수사·감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협치의 의지가 없다는 점으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사전환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예결위회의장으로 이동해 비공개 의총을 재개한 뒤 연설 직후에도 로텐더홀 계단에서 피켓시위에 나섰다.

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부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으로 34년 동안 여야가 함께 시정연설을 들어온 전통을 일거에 깨버렸다.

민주당의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카드까지 꺼내든 것을 보면, 민주당이 급하긴 급한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8억원 남짓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을 했다. 법원이 돈의 성격을 '대선 자금'으로 명시한 혐의 내용이 소명됐다고 판단한 만큼 이 대표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제기됐던 '이재명 리스크'는 이제 현실이 됐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이다. 김 부원장 불법자금 수수라는 결정적 진술을 검찰에 했던 그는 구속 만료로 석방되자마자 이제부터 진실을 말하겠다고 했다. "내가 벌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 이게 맞는 것 아니냐"고 말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재임 시절 불거진 다양한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또 다른 핵심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정치적으로 생사고락을 함께한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형국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한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의 직언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리스크에 대해 민주당은 당 대표를 엄호하기보다 잘잘못에 대해 검찰수사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함이 마땅하다.

권력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 가운데 합리적이고 도적적으로 하자없을 때 권한을 행사해야 국민적 공감이 가고 이해를 한다. 이재명 대표의 부도덕하고 불법으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불법은 없었다고 우기면 국민들이 이해하겠는가? 범죄의 실체적 증거로 인해 확정된 후 그만둔다면, 더 추한 모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또한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당 대표에서 물러나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민주당은 강성지지층들만 보고 당을 운용하게 된다면 조국 사태처럼 그에 대한 부메랑이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를 희화화시키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치외법권의 영역이 되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국회보다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민주당이 되기를 기대할 것이라 보여진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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