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은 이제 현대인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이버 공간은 더이상 비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실제적인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삶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람들의 물리적 접촉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모든 일상적인 활동이 컴퓨터나 인터넷 매체에 더욱 의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적인 거의 모든 활동이 휴대용 컴퓨터인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식당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하는 일, 택시를 호출하고 예약하는 일, 물건을 사고 파는 상거래, 대금결제나 송금과 같은 금융거래, 그리고 교육과 의료 활동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인 사이버 공간의 특성과 그로 인한 인간의 삶의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필요하다. 미국의 버지니아 셰어((Virginia Shea) 교수는 이미 1994년 '네티켓 10대 원칙'을 발표하였다.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10가지 행동양식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는 상대방이 고귀한 인격을 지닌 인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기본적인 태도는 상대방 역시 나와 똑같이 존귀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성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나 고통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기 쉽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인터넷 공간에서도 실제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한 존엄한 인격체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온라인상에서도 실제 생활과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온라인상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으로 인해 현실적 처벌이나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약화되기 때문에 규범과 법을 비교적 덜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않으려면 현실 공간에서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논쟁을 할 경우, 우리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각기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자연스럽게 논쟁이 발생한다. 이러한 논쟁은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가 더욱 폭넓은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상대방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논쟁 중에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면, 자칫 감정싸움이 되어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는 특별히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 타인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사이버 공간에 공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이런 사이버 공간에 프라이버시가 공개되면, 개인의 사생활을 온 세계에 알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한번 공개된 정보는 다시 회수하거나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함부로 침해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도 금하고 있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 타인의 약점이나 허물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허물을 사이버 공간에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가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인 낙인을 찍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 다른 사람의 허물을 공개하면, 그로 인해 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야 한다. 물론 고의적인 실수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을 물어 재발을 방지해야 하지만, 자신도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인간임을 생각하고, 타인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이 아름다운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가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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