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성희 기자]기장역에서 바다를 향해 가는 그 길 끝에 만날 수 있는 '죽성성당'. 중세시대 분위기의 건축물과 넓고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자랑하지만 사실 가짜성당이다. 2009년 방영된 SBS드라마 '드림'의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이곳의 실제 이름은 '죽성드림세트장'이다. 성당의 내부는 갤러리로 운영되거나 스몰웨딩 혹은 소모임 등을 위한 대관이 이뤄지곤 했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지금은 그 문이 굳게 닫혀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죽성드림세트장
죽성드림세트장

 

바다를 바로 등지고 있는 죽성드림세트장은 아름다운 일출로 유명해 이른 아침부터 찾는 사람들이 있다. 또 해가 지고나면 건물조명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평일에는 한적한 산책로로 조용히 걷기에도 좋은 곳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지은만큼 건물은 작지만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며, 파란 바다 수면 위 보이는 바위들이 마치 작은 섬들을 연상시킨다.

위-죽성드림세트장에서 보이는 등대와 산책로    아래- 포토존
위-죽성드림세트장에서 보이는 등대와 산책로    아래- 포토존

성당 건물 옆쪽에는 포토존들이 마련돼 있다. 고전적인 건물의 느낌과는 달리 귀여운 오리발을 신은 갈매기가 포토존 의자에 앉아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헤엄을 곧잘 칠 것 같은 갈매기와 함께 유쾌한 인생샷을 건지고 이제 또 다른 기장의 명소 '오랑대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오랑대공원 전경
오랑대공원 전경

 

오랑대공원' 역시 일출 명소로 알려져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이다. 위에 소개한 죽성성당 해안가를 따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첩첩의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해안과 해안 옆 산책로, 그리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 또한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의 사랑을 많이 받는 곳이다. 거친 바닷바람과 기암괴석에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자연의 힘을 느끼다보면 어느새 바위들 사이사이의 앙증맞은 들꽃들이 눈에 들어와 한없이 웅장해지는 가슴을 살포시 감싸 안아준다.

해광사용왕단
해광사용왕단

 

위: 용왕단입구와 초집 아래:용왕단내부와 지붕용머리
위: 용왕단입구와 초집 아래:용왕단내부와 지붕용머리

 

오랑대공원 절벽 끝에는 '해광사용왕단'이 있다. 절벽 끝에 올려져 있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1900년대부터 80년 넘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금새 마음에 안정을 준다. '해광사'는 오랑대공원 입구에 있는 아담한 사찰이다. 이들은 절벽 끝 용왕단을 세워 모진 풍랑에 목숨을 잃은 어민들의 원혼을 달래고 무사귀한을 위한 기도를 드렸으며 내가 찾아간 그 날도 어느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올려지고 있었다. 용왕단에는 해수관음보살을 보좌하는 '용왕대신'을 모시고 있다고 하며, 규모는 아주 작지만 넓은 바다를 등지고 있는 용왕단의 모습은 신비롭고 위엄 가득했다. 거칠면서도 잔잔한 이 곳. 필자는 이곳이야말로 부산의 진짜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